영화 <신이 보낸 사람>

"남한은 '약속의 땅'인가?...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인터뷰] '신이 보낸 사람' 김진무 감독 "세상이 교회를 걱정 하는 이상한 딜레마"

14.02.14 10:21l최종 업데이트 14.02.14 10:21l이정민(gayon)조경이(rookeroo)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북한 지하교인의 참상이라는 소재의 호불호를 떠나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사실을 기반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친 시나리오, 그리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하게 밀어 붙이는 연출의 힘이 뛰어나다.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북한 인권'을 나 몰라라 했던 사람들이 '우리만 잘 먹고 잘 살고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한 관객은 머리가 '띵'할 정도로 영화가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관객들을 몰아붙이는 연출력의 김진무 감독(31)은 과거 김기덕 사단 출신의 장철수 감독과 비견된다. 저예산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각종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장철수 감독이 이후 장편 상업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출했던 것처럼, 김진무 감독에게도 연출을 맡아달라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차기작은 더욱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지하교인들의 참상 접하고, 무조건 시나리오 썼다"

 

-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어떻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이 영화에도 영상을 삽입했는데, 한 선교단체에서 예배를 보다가 북한 지하교인들의 사진과 공개처형 장면을 접했다. 그걸 보고 나서 많이 울었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여러 영상들을 더 많이 접했고,시나리오를 우선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 소재 때문에 투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지금 충무로는 어느 한쪽의 영화들, 팝콘과 콜라를 갖고 들어가는 멀티플렉스의 영화들로 많이 편중돼 있다. 그러니 기독교를 기저에 깔고 북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사실 투자까지 생각하고 시작하진 못했다. 이 영화가 제작될 거라고 생각해서 쓴 건 아니었다. 그냥 우선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취재를 하고 인터뷰를 통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감사하게도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니 투자자가 나타났다."

 

- <신이 보낸 사람>의 투자사인 '태풍코리아'는 어떤 점 때문에 이 영화에 투자를 결정했는지.

"오히려 투자자는 비기독교인이다. '태풍코리아' 강명선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읽고 울었다고, 인간적인 차원에서 슬픔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의 행보들, 그러한 구조 안에서 아스러져 가는 영혼들에 슬픔을 크게 느꼈던 거 같다. '기독교냐 아니냐'의 편향된 시선으로 영화를 대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갑자기 영화 제작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새빨간 거짓말"

 

 

▲  "사회주의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하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외부에 보이기 위한 홍보수단인 것이다. 실상 절대로 종교의 자유는 없기 때문에 그런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 북한은 전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에서 14년째 전 세계 1위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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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주철호(김인권 분)의 아내가 북한 군인들에게 고문을 당하는 장면은 너무 잔혹하다. 

"원래 첫 장면은 기존 시나리오에 있었던 장면이 아니었다. 영화를 다 찍고 나서 보니, 어떤 힘의 균형이라고 해야 할까, 초반부의 에너지가 영화를 파워풀하게 끌고 가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들도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갈 수 있다고 봤다. 보고 나면 '어깨가 뻐근하다'고 하는 관객분들이 많은데 그런 영화적 설계를 했다.

 

두 번째, 제작진 입장에서는 팩트 면에서 많이 완화한 거다. 인권위에서 나온 책에 보면 이보다 더 끔찍한 고문기술이 많다. 그 안에서 취사선택을 해서 수위조절을 한 것이다. 15세 관람가가 나왔다."

 

- 고문 장면 중에서 주철호의 아내가 임신하지 못 하도록 불로 지지는 장면은 너무 끔찍했다.

"실제 북한수용소 안에서 임신은 불법이다. 거기에 수용된 사람들을 개돼지 취급한다. 그래서 간수들이 강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국가 체제에 반하는 짐승과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간수도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그 사이에 임신을 하면 당연히 낙태를 하게 된다."

 

- 영화 내에서 텍스트로 '북한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말을 담았다.

"사회주의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하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외부에 보이기 위한 홍보수단인 것이다. 실상 절대로 종교의 자유는 없기 때문에 그런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 북한은 전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에서 14년째 전 세계 1위다."

 

- 주철호가 평양 교회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찬송가도 부르고 예배를 보고 있던데.

"평양에 봉수교회와 칠골교회가 있다. 칠골교회는 실제로 김일성 어머니 강반석 여사가 다녔던 교회다. 북한 평양대부흥 운동 이후에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던 적이 있었다. 기독교가 번성했던 시기가 1910년대쯤에 있었는데, 김일성이 어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칠골교회에 나가기도 했었다. '김일성 평전' 등에 보면 '크리스천들이 나한테 참 잘 해줬었다'는 언급도 한 적이 있다.

 

강반석 여사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김일성이 칠골교회를 문화유적으로 남겨두고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으려 고향처럼 방문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두 교회 모두 당원들로 채워져서 가짜 예배를 보고 있다. BBC나 서구 방송들에게 '우리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쇼를 하는 것이다. 그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 고위층 인사들이다."

 

"'남조선은 가나안 땅인가?'...관객들에게도 묻고 싶었다"

 

 

▲  "이 영화를 보는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당신들이 생각할 때 그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여기 맞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교계도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서 찌들어 가고 있다. 교회가 세상을 위해 기도해야하는데, 지금은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이상한 딜레마를 겪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반성적인 성찰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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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가장 애정이 있는 인물은.

"주철호 역의 주인공 김인권씨를 제외한 인물들 중에서는 정신지체 용석 역할을 연기한 배우 지용석이다. 이 영화가 실화를 기저에 깔고 있는데, 유일하게 제가 작가적인 의도와 상징과 은유를 섞어서 만든 캐릭터가 용석이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을 제일 많이 함의하고 있는 캐릭터다."

 

-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뭔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왔다. 그런 것들을 영화에 투영해보고 싶었다. 북한 땅에 메시아로서의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심을 수 있을까, 판타지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예수의 형상화를 구현해 내는 방식은 어떤 방식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셨다'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지하 교인들 중에 정신지체 용석에 투영했다.

 

용석이라는 캐릭터가 엉뚱한 행동을 통해서 광인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라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이야기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상징적인 맥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용석 캐릭터가 영화 안에서 지적 설계를 만들어내는 캐릭터라서 굉장히 애착이 간다."

 

- 예수의 형상화라고 했는데,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는데 용석이는 온몸에 불을 지르고 뛰어 내렸다.

"분신자살은 자기의 몸을 불사르기까지 해서 사회에 알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메시지가 담긴 퍼포먼스다. 용석이가 분신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용서해줄게'라고 하는데, 그건 나중에 통일이 됐을 때 잔혹한 북한 국경 경비대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영화가 주철호의 행동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아니라 남한을 살아가는 자화상, 북한체제에서 살아가는 그들 모두에 대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 마지막 주철호가 공개처형 당하기 전에 '남조선이 가나안 땅입니까'라고 질문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가나안은 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약속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파라다이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북한판 출애굽기'다. 결국에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가고자 했으나 아무도 밟지 못했다. 북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탈북을 감행해서 남한에 오는 것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인데, '남한이 가나안 땅이냐' 일차적 질문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 영화를 보는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당신들이 생각할 때 그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여기 맞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교계도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서 찌들어 가고 있다. 교회가 세상을 위해 기도해야하는데, 지금은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이상한 딜레마를 겪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반성적인 성찰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의 김진무 감독과 박진혁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