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친교시간에 저의 생일을 기억하시고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져서 감사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선은, 제가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그런 가정에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가난하게 성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희 집에서는 그저 생일날이면 팥 넣은 찰밥 한 공기와 미역국 한 그릇 함께 먹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거나 생일축하 인사를 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누나가 고등학생이 되어 철이 들어갈 무렵에 아버님 생신을 기억하고 함께 돈을 모아서 구두 한 켤레 사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나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그 다음 해에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결혼하고 난 뒤 처가 식구들이 서로 생일을 기억해 주고 축해해 주는 모습이 저에게는 참 낯설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가족들도 있구나... 참 부럽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성장환경 때문인지, 저에게는 생일이란 것이 별로 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생일을 별 생각이 없이 보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일 챙기는 것도 저에게는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아내를 서운하게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혹시 제가 성도님들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서운해 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주일 저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신 사랑에 감사드리지만, 앞으로 제가 60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시간을 준비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첫째는 저 자신에게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모든 성도님들의 생신을 함께 축하해 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 나이도 젊은 제가 성도님들과 구별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저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곳에서 주님께 순종하며 사명을 감당하고 계신 많은 분들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도님들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은 우선 제가 감사히 받고, 같은 금액을 땅 끝에서 헌신적으로 주님을 섬기고 계신 선교사님들을 위한 선교지정 헌금으로 드리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성도님들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