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인 제가 11월에 비교적 긴 기간을 출타하는 바람에 새해 준비가 좀 미흡한 측면이 있습니다. 죄송한 마음으로 약간은 허덕이면서 새해 준비를 마무리해 가고 있습니다. 새해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있다면 주일친교를 섬기는 방식의 변화일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어느 교회나 주일친교 준비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때로는 갈등과 잡음의 원인이 됩니다. 교회는 특별히 식탁의 교제가 중요한데, 많은 사람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겹쳐져서 몸과 마음이 힘들어질 때에는 “왜 나만 이런 힘든 일을 해야 해?” 섭섭한 마음이 찾아오기도 하고, “나는 하는데 왜 저 사람은 하지 않지?”라는 비난하는 마음이 찾아와서, 그것이 씨앗이 되어 공동체를 무너뜨리기까지 자라가는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는 주방이 비교적 행복했습니다. 누군가의 말없는 희생과 섬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쉽지 않은 주일 친교를 상당히 긴 기간동안 책임을 맡아 기쁘게 섬겨주신 우리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보며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성도님들의 출석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지금 방법으로 계속 가다가는 어떤 한계 같은 것에 부딪히겠다는 느낌이 들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보게 됩니다. 관계는 한번 깨지고 난 뒤에는 회복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친교부 차장님과 주일친교팀장님이 주축이 된 주일 친교팀이 1년 내내 봉사하는 가운데, 각 목장이 한달씩 돌아가면서 주일식탁을 섬겨왔고, 그 비용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원하시는 분이 계실 경우에는 지정헌금을 받아서, 그렇지 않은 주일은 교회 예산으로 비용을 충당해 왔습니다.
새해에는 비용은 금년과 같은 방법으로 충당하지만, 식탁을 준비하는 방법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우선 주일친교부 차장과 팀장을 따로 두지 않고, 우리 교회 열한분의 권사님들이 한달씩 돌아가며 그 역할을 해 주실 예정입니다. 권사님들께 죄송한 마음은 있지만, 주방봉사는 일년 열두 달을 계속해서 섬겨야 한다면 누구에게나 큰 부담이 되겠지만, 한달 정도라면 조금 힘들더라도 해볼만 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부탁을 드리게 됩니다.
목장의 주일친교 봉사도 한달 단위가 아니라 주일 단위로 돌아서, 기존 목장은 3개월에 한 번 정도, 그리고 신생 목장은 4개월에 한 번 정도 봉사하도록 하였습니다. 목장이 비교적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을 경우에는 한달 단위의 봉사가 크게 힘들지 않고 오히려 깊은 사귐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목장 분가나 개척, 목장 식구 이사 등으로 식구가 적은 목장의 경우 4주 혹은 5주를 연속으로 주일친교 봉사를 하는 것은 때로 탈진할 정도로 힘든 일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면 매달 권사님 한 분을 중심으로 목녀님 네 분 혹은 다섯 분의 팀이 형성됩니다. 담당 권사님의 리더십 아래 한 팀이 되어서 한달을 섬겨 주시는 것입니다. 미리 메뉴도 주별로 조정하고, 장은 누가 어떻게 볼 것인지도 상의하고 협력해서 한달을 섬겨 주시는 것입니다.
각자의 형편과 상황이 다릅니다. 어떤 권사님은 거리가 너무 멀고, 어떤 권사님은 밤에 일을 하시고, 어떤 권사님은 다른 것은 어렵지 않은데 주방일은 정말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목장은 숫자가 많고, 또 어떤 목장은 숫자가 적습니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서로 취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갈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서로 섬김으로 배려하면서 팀웍을 해나가면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새롭게 열어주시는 성숙과 은혜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