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수퍼우먼에게도 일과 어머니 역할을 병행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 그는 25일(현지시간) 미 NBC방송 외교부문 수석기자 안드레아 미첼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굉장히 인내심을 발휘할 여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 이룰 수 있겠지만 동시에 성공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델이자 두 아들을 키운 어머니로서 모든 것을 다 누리는(having it all)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라가르드는 “(일과 가사의 균형을 잡는 데 있어) 실패와 지연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합당한 일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그의 이런 반응이 “매우 놀라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전 세계 여성 가운데 모든 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다면 바로 라가르드가 그 주인공일 것”이란 게 데일리메일의 설명이다. 하지만 라가르드는 이런 생각 자체가 허상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낼 수 있다는 개념, 굉장히 프로답게 일하고 완벽한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은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론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가르드의 정답은 삶을 이런 개념에 맞추는 게 아니다. 기대 자체를 조절하는 거다. 그는 “지금은 모성도 잘 관리해야 하는(maternal managing) 시기”라며 “스스로에게 하는 기대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갖는 기대를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라가르드는 두 차례 결혼했고 두 아들이 있다. 첫째인 피에르 앙리(26)는 파리에서 뉴미디어 업계에 종사한다. 둘째 토마(24)는 시카고에서 건축학을 공부한다. 스물 다섯 살 때 베이커 앤드 매킨지에 입사한 라가르드는 첫째를 출산한 이듬해인 1987년 최초의 여성 파트너 자리에 올랐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출산 직전까지 일했다. 내 아들들은 똑똑하게도 5월과 6월에 태어났고, 덕분에 여름 휴가철에 쉬며 수유를 하곤 가을에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지난해 9월 패션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극성 엄마(Tiger Mother)는 아니었다. 그런 방법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들에게 “여성을 가정부처럼 생각해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일을 찾아서 하는 남자가 되라”고 가르쳤다. 이어 “더 많은 어머니가 아들을 키울 때 여성을 존중하고, 좋아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는 열정적인 양성 평등 옹호자다. 관리 기술이나 상식적인 문제에선 오히려 여성이 우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38세에 남편을 잃고 가족을 부양한 어머니와 제1차 세계대전 때 간호사로 일했던 할머니가 그의 롤모델이다. 라가르드는 “똑같은 실력을 갖춘 남녀 후보 두 명이 있다면 여성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성 중심적인 IMF 조직도 좀 더 성 다양성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이런 라가르드가 남성 우월주의와 부딪치면 어떻게 대응할까. NBC 인터뷰에서 미첼이 “아직도 당신을 깔보며 가르치려 드는 남성들이 있는가”라고 묻자 라가르드는 “오,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런 일이 생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훌륭하고 확실한 유머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중요한 건 그들 역시 부인과 딸이 있는 인간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10대 시절 라가르드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그는 “선수 시절 코치 선생님은 ‘힘든 일이 생기면 이를 악물고 미소 지어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굉장히 많은 경우에 이 가르침대로 했다. 미소와 좋은 유머는 마초주의를 비롯해 많은 것을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는 프랑스의 첫 여성 대통령감으로도 거론된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을 비롯해 보수 정권에서 장관직을 역임한 데다 원칙주의 성품이어서 그를 보수 성향으로 분류하는 언론이 많다. NBC 인터뷰에서 미첼과 라가르드는 다음과 같이 묻고 답했다.
“영국엔 마거릿 대처가 있었고, 독일엔 앙겔라 메르켈이 있고, 미국엔 힐러리 클린턴이란 훌륭한 여성 지도자가 있습니다. 프랑스 역시 여성 지도자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보나요?”
“(웃음)그러길 바라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