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누리고 나누는, 주님의 소원"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 복음은 유대사람을 비롯하여 그리스사람에게 이르기까지, 모든 믿는 사람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롬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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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신동흔의 휴먼 카페] 인사만 28년, 원기찬 부사장이 말하는 이유는… 삼성 반도체 인사담당 부사장

  • 신동흔
  • 입력 : 2012.09.15 03:24

    면접관 마음에 들고 싶나, 종이신문으로 '판'(判·판단력)을 키워라

    '판' 기르는 데 신문만 한 게 없다
    보고 싶은 것, 보기 싫은 것…
    신문엔 골고루 들어 있어
    종합적 사고력 키우는 데 최고

    스펙보다 스토리 있는 삶을
    학창시절 아르바이트 30개
    사회봉사 5000시간 투자 등
    개념있게 사는 학생을 뽑아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좋지만…
    회사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아
    임원교육땐 '딴 얘기'하는 사람
    나쁘게 평가하지 말라고 당부

    인사, 하면 할수록 모르겠다
    과장시절 '척 보면 안다' 생각
    지금은 첫인상 편향 경계
    그래도 영향 많이 미치더라


    "여러분 스펙을 쌓기보다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리고 판단력을 기르세요. 판단력 키우는 데는 종이신문만 한 게 없답니다."

    지난 4일 대전의 충남대학교 정심화홀.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한 한 중년 남성이 홀을 꽉 채운 2000여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좌석이 모자라 통로에 앉고 벽에 기대어 서기도 한 20대 젊은이들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빠트리지 않으려는 듯 메모를 해가며 무대에 집중했다. 그는 삼성전자 21만명(국내 10만명+국외 11만명) 직원의 인사를 관할하는 원기찬 인사팀장(부사장ㆍ53). 이날 무대는 삼성의 대학생 대상 '열정락서' 콘서트 3기 강연장. 원 부사장은 지난 4월 대구 경북대와 6월 서울 경희대 강연에서도 강연했다. 삼성의 임원들과 유명인들이 번갈아 무대에 서는 '열정락서'는 지난해 청춘콘서트의 인기를 방불케 할 정도다.

     
     삼성전자 원기찬 인사팀장(부사장)이 12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브랜드 홍보관 입구 안내 데스크를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입사 이후 28년 동안 인사 한 분야에만 종사해온 그는“직접 만나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참여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세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원 부사장을 만나 강연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열정과 그들과 함께 한 느낌, 취업 지망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1984년 삼성전자 인사팀으로 입사해 30년 가까이 인사 한 분야만 담당하며 부사장에 이르렀다. 채용 시즌을 맞아 '국가대표급 인사팀장'인 그의 강연에 많은 대학생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 부사장은 입사 당시 최고 인기 회사였던 삼성물산을 원했지만 삼성전자로 배치돼 '좌절'한 이야기, 삼성전자에서도 해외영업 대신 인사팀으로 발령나 '낙담'한 자기 사례까지 섞어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런 그의 강의를 유튜브로 찾아보는 이도 많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아니라 판서언신"

    ―유튜브에서 강연 영상을 봤다.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의 인사 담당 수장(首長)이 '신언서판'을 강조한 것이 이채롭다. 삼성전자에선 신언서판을 중시하나.

    "삼성에 그런 인사 기준이 있지는 않다. 다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 특히 판단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신언서판을 소개한 것이다. 이는 인사업무를 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점이다."

    ―왜 판단력을 강조한 것인가.

    "입사 지망생들을 보면 전문성이나 패기, 어학실력 같은 것은 과거 선배 세대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어떤 사고를 할 때 종합적으로 하기보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우려됐다. 신언서판 네 가지 항목 중 하나만 꼽자면 '판(判)'을 강조하고 싶었다."

    ―나머지 요소들은 부수적인가.

    "면접에서 '신언서판'을 봐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보게 된다. 한 사람의 퍼스널(personal) 이미지를 보고, 말투도 보고, 논술도 본다. 그리고 판은 그 사람의 입체적 사고력을 보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판'이 부족하다고 보는 근거는.

    "기성세대의 문제다. 우리는 오랫동안 흑백논리의 시대를 살았다. 보수 아니면 진보, 민주 아니면 독재, 부(富) 아니면 가난 이런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 수준이나 세계에서 우리 경제가 갖는 위상 모두 높아졌다. 흑백의 프레임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프레임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학교에서도 옛날 프레임을 가진 분들이 교육을 맡고 있고, 그런 것을 극대화시키는 특정단체도 있다. 젊은이들을 낡은 틀에서 놓아줘야 한다."

    ―약간 이념적으로 들린다. 경영에서는 어떤 측면이 중요한가.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일종의 '기본기'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판이라는 것은 A라는 사실과 B라는 사실이 서로 상충될 때 어느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 판단을 너무 늦게 내려도 안 되고 성급하게 내려도 안 된다.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나 실기(失機)로 국제무대에서 사라지는 기업들을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지 않나."

    ―강연에서는 신문 읽기를 권유했던데.

    "반드시 종이신문을 읽으라고 한다. 신문에선 내가 보고 싶거나 보기 싫거나,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이야기까지 골고루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통해 종합적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

    ―요즘 세대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지 않나.

    "인터넷에는 낚시성 제목을 단 이야기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기사가 넘쳐난다. 이분법적 사고 틀을 답습한데다 뉴스까지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면 이분법적 사고가 심화된다. 사회 흐름을 균형 있게 보지 않고 자꾸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신문이 갖는 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터넷에는 온갖 뉴스가 떠다닌다. 스피디하고 리얼타임으로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는 그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재단해 필요한 정보만 습득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종이신문은 인터넷처럼 무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공간에 독자들이 알아야 할 것을 골라 실은 것이다. 그래서 유용하다. 기사의 질(質)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늘(12일) 신문에는 중국의 시진핑이 공식석상에 열흘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면서 다양한 견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더라. 그런데 인터넷은 팩트 나열에 루머성 내용까지 시시콜콜하게 올린다. 사안의 경중을 따지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신문이 1면에 무엇을 다루고 사설에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보면 사고의 프레임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4월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열정락서’에서 강연 중인 원기찬 부사장. / 삼성전자 제공
    ―강연에서 그런 이야기에 학생들이 쉽게 수긍을 할지 모르겠다. 기성세대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한다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신문에 대한 이야기는 전체 열정락서 40분 강의에서 2~3분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강의가 끝난 후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앞으로 무엇부터 할지 정했다. 일단 신문부터 읽어야겠다. 이런 글이 많이 올라온다."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최첨단 디지털 매체를 만드는 회사에서 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얼핏 모순돼 보인다.

    "모순적이지 않다. 정보화 이후 너무 디지털적인 것만 부각됐다. 사회가 균형 발전하려면 아날로그적 요소가 가미돼야 한다. 10년 전 IT가 처음 선보였을 때 종이 소모량이 줄 것이라고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종이 소비는 줄지 않았다. 사회는 항상 예측대로 가는 것이 아니다."

    "스펙보다는 스토리 있는 삶"

    ―소위 '스펙'(specification·구직에 필요한 다양한 조건을 의미)을 쌓을 필요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스펙은 보지 않나.

    "안 본다. 최근 어느 대학에서 학점 재수강제를 바꿔서 D학점 이하는 재수강을 허용하지만 C학점은 허용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잘한 일이다. '스펙 쌓기' 때문에 학점 따기 쉬운 과목만 듣는 경향이 있다. 한 명문대 학장한테 교수가 '터프하게' 가르치거나 어려운 과목은 수강신청 미달로 폐강된다는 말도 들었다. 스펙 쌓기가 대학 교육까지 왜곡시켰다."

    ―그 정도면 학점을 신뢰할 수 없겠다.

    "우리는 입사 지원 자격인 학점 평균 3.0 '허들'만 넘으면, 학점은 당락에 영향이 없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회사에 기여를 하는 사람 아닌 사람 구분해 봤을 때 학점이나 학교, 출신 지방이나 집안, 어학실력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무엇을 보나.

    "면접 때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 창의성·도전정신·열정·끼 이런 것을 충족시킨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구체적인 면접 기법은 말할 수 없다. 양해해달라. 1시간 동안 피면접자의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말과 행동·생각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벗겨 내는' 작업이다."

    ―강연에서 스토리가 있는 사람을 강조했던데.

    "최근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를 30개 한 사람, 사회봉사 5000시간을 채운 사람, 티켓몬스터 창업 멤버 등을 신입 사원으로 채용했다. 모두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다."

    ―그들에게는 사회봉사나 아르바이트, 창업경험이 일종의 스펙 아니었을까.

    "그래서 심층 면접을 한다. 예를 들어 5000시간 봉사한 사원은 대학 시절 남들이 어학연수 가느라 휴학할 때 봉사활동을 위해 휴학을 했더라. 경력에 과장된 것은 없는지 등을 집중 체크해 채용을 결정했다."

    ―20대 구직자들에게 스토리 있는 삶은 막연하다.

    "억지 스토리를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삶에 대한 철학과 콘셉트를 갖춘 사람을 찾는다고 보면 되겠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면 스토리가 된다. 스펙 쌓기보다 차라리 그런 것을 고민하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너무 '힐링'(위안)을 찾는다는 말도 있고,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영합한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노마드'라고 할 정도로 신세대는 정보에 대한 이해와 습득에서 유능하다. 상대적이지만, 나약한 면도 있고 주인의식이 희박한 면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면 놀라운 창의력을 보여주는 세대다. 채용을 해보면 잘하는 친구들은 굉장히 잘한다."

    ―젊은 시절 기성세대를 받아들이는 편이었나, 반항적이었나.

    "앞 세대의 희생 때문에 그나마 우리가 이 정도 살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지금 젊은 세대가 우리를 그렇게 봐줄까 생각하면 아니다. 강연에서 파독 광부·간호사나 월남전 참전으로 유입된 외화가 소위 '시드머니'(종잣돈)가 되어 우리 경제가 일어섰다고 하면 '그런 것도 있었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국가적 경험의 단절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행인 것은 그런 소통이 이제 시작됐다는 점이다. 콘서트든 박람회든 이런 장이 많아져야 할 것 같다."

    ―인사 한 분야에만 28년 종사했으니, '사람을 척 보면 아는' 수준이겠다.

    "과장 부장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모르겠다. 오히려 첫인상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렇게 경계하는데도 첫인상에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 뇌에는 '첫인상 편향'이 있는 것 같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직원이 나은가,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이 나은가.

    "솔직히 시키는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 그러나 회사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임원 교육할 때도 '순종하는 사람 좋아하지 말고, 소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래야 조직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너무 자기 위주로 사고하는 직원도 있지 않나.

    "개발부서에 배치됐다가 협력업체 나가서 부품 검사하고 자재 샘플 구해오라고 했더니 '개발자인 내가 왜 그 일을 하느냐'고 한 직원이 있었다. 장담컨대 10년 지나면 책상에서 개발만 한 사람보다 협력업체 부품 현장 경험하고 샘플도 구해본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 그런 사람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자기 것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고 남의 것도 잘되게 해야 회사가 잘 되는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깨닫는다.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이다. 자기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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