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심리학자 "마음보다 행동이 먼저다"
戀人을 연기한 배우들이 사랑에 빠지고 기도만 해도 불안함이 줄어들 듯
행동이 마음을 바꾸고 삶 전체를 바꿔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박세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368쪽|1만4000원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버턴과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63년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함께 찍다가 사랑에 빠졌다.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도 2005년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부부로 출연했다가 실제 연인이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엡스타인은 배우들이 영화를 찍다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왜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실험에 참가한 생면부지의 남녀를 짝 지우고 박자에 맞춰 함께 호흡을 하거나, 연인처럼 서로 눈을 오래 응시하게 했다. 몸이 닿지 않은 상태로 최대한 가까이 붙어 있게도 했다. 실험 후, 참가자 대부분이 상대방에 대해 친밀감을 느꼈다고 했다. 일부 남녀는 그 사이 시키지도 않은 키스까지 진도가 나갔다. 엡스타인의 결론은 이렇다.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인처럼 행동함으로써 사랑의 감정이 만들어진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윌리엄 제임스(1842~1910·미국)는 1890년 출간된 '심리학의 원리'에서 일찌감치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성격을 원한다면 이미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라."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정(As If)원칙이라 한다. 제임스는 "의도적으로 좋은 기분을 만들고 싶다면 언제 어디서나 활기차게 말하고 움직이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아니라 '일체유행조(一切唯行造)'. 모든 게 행동하기 나름이다.
저자 와이즈먼(47)은 행동이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영국의 저명한 행동심리학자다. 그는 제임스의 주장 이후 행동심리학계에서 행한 실험들을 소개하고 행동이 우리의 마음을 바꾸고 더 나아가 삶 전체를 바꾸는 신기한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한다. 행동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그는 독자도 실험에 끌어들인다. 이 책 제목 '립잇업(Rip it Up)'은 뜯거나 찢는다는 뜻이다. 어떤 것을 완전히 뜯어고치라고 요구할 때도 쓴다. 저자는 이 책 서문에서 독자에게 행동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 페이지를 찢어라"라고 한다. 한 장 넘기니 찢어도 무방한 빈 페이지가 있다. 찢지 않고 넘겼더니 뒷면에 이렇게 쓰여 있다. '아직 안 찢었나요?'
- 토픽이미지
텍사스대 심리학 연구팀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몸에 의해 좌우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남자들에게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과 후에 한 번씩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매력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롤러코스터를 탄 뒤 점수가 후했다. 이유는 '땀 난 손'에 있었다.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났을 때 남자는 긴장하고 손에 땀을 쥔다. 마음은 손에 땀이 난 신체의 변화를 사랑의 신호로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보석 같은 삶의 진리를 하나 얻는다. '사랑이 우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동을 바꿀 때 최고의 사랑이 찾아오는 것이다.'(117쪽) 책 곳곳에 소개된, 멋진 결과를 만드는 작은 행동 리스트도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