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에 성탄절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예수님을 믿으신 분들, 성탄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신 분들을 만나면 부러운 마음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성탄절의 추억을 꼭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유를 가만 생각해 보니, 성탄절의 추억이 아름다운 것이 꼭 어린시절부터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시절의 추억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과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할 때였습니다. 재미있는 것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성이 함께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선물 하나에 감격했고, 성탄절이 다가올 때면 남학생 여학생들이 함께 어울려서 성극을 준비하고 발표하고 구경하던 것이 가슴 설레고 가장 재미있는 일이 되지 않았던가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한 때입니다. 재미있는 것이 너무나 많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웬만한 선물을 해도 시큰둥해 하면서 ‘에게, 이게 다야!’ 이런 느낌을 받기가 십상입니다. 풍족한 것이 꼭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게 됩니다.
성탄절이 가까웠다는 것을 교회를 오가면서 집 주위를 장식한 아름다운 불빛들을 보면서 조금 느낍니다. 때로는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했을 주인을 생각하면서 그 성실함과,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한 섬김에 존경하는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성탄절 장식을 휘황찬란하게 해 놓은 집들을 신기한 듯이 구경 다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때는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좋은 크리스마스 추억이라도 남겨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찾아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컸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야 할 이유도 별로 찾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에 시큰둥해진 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 질문합니다. 성탄절의 주인공은 예수님이신데, 성탄절의 이 모든 화려하고 분주한 활동들 가운데 주인공 예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서로에게 카드를 보내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감사와 사랑을 확인하는 것, 소중한 일입니다. 자녀들에게 성탄절의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을 선물하는 것, 소중한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 성탄절을 중심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참 귀하고 복된 일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분주함 속에 우리의 주인공 예수님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예수님께 드릴 사랑의 고백과 감사의 선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탄절까지 몇일 남지 않은 새벽, 조용히 한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준비하며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보는 것, 주님께 드릴 작은 사랑의 카드, 감사의 고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별것 아닌 작은 것들이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소외된 우리의 이웃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나, 외로운 선교지에서 성탄절을 맞이하시는 선교사님들을 위한 정성을 기울여 보는 것도 성탄절을 더욱 더 의미 있게 해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해마다 성탄절 즈음에 와서야 내년에는 전교회적으로 뭔가를 해 보아야지라는 때늦은 후회를 금년에도 또 하게 되어 약간은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내년에는 정말 무엇인가 우리 모두 함께 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