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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프랜차이즈 본사 말 100% 믿다간 100% 망해
②업종·상권 철저히 분석… 최소 6개월 이상 준비를
③전세로 가게 얻고 인건비 최소화… 고정비용 줄여야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2009년 퇴직한 김모(58)씨는 '빵집 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퇴직금에 은행대출까지 받아서 명동의 한 상가에 S사 프랜차이즈 빵집을 냈다. 본사 직원은 컴퓨터로 상권 분석 결과를 보여주며 한 달 1500만원 매출은 거뜬하다고 장담했다. 다른 직영점이 하루 평균 70만원씩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영업 제안서'까지 증거로 내밀었다. 김씨는 이 말을 믿고 가맹금과 인테리어비 등의 명목으로 본사에 8000만원을 냈다.하지만 실제 가게를 열고 나자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매장이 상가 6층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하루 매출은 10만원을 넘지 못했다. 하루 70만원 매출을 올린다던 직영점도 실제로는 매출이 30여만원에 불과했다. 김씨는 본사가 거짓말을 했다며 계약 해지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본사가 응하지 않자 복잡한 분쟁 조정으로 다시 한 번 속을 끓여야 했다.
살기가 막막한 많은 이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지만 성공 확률은 바늘구멍이다.〈본지 11일자 A1·4·5면 참고〉 창업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창업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꼽는다.
①프랜차이즈 명성에 현혹되지 말라
강병오 창업코리아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하는 말을 100% 믿었다간 100% 망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사원들은 계약 건수에 따라 월급이 달라진다. 그래서 제대로 상권 분석도 하지 않은 채 "여기는 사장님 아니라도 줄 서 있는 가게"라는 식으로 창업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프랜차이즈에 가맹하려면 계약하기 전에 혼자서 기존 프랜차이즈 가맹점 10곳 정도는 돌아다니며 얼마나 장사가 되는지를 직접 보고 점주 이야기도 직접 들어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009년 1901개에서 2011년 말 현재 2947개로 55% 급증했는데, 같은 기간 프랜차이즈로 인한 분쟁 건수는 367건에서 710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예상 매출액을 부풀리는 식의 허위 정보로 창업자를 현혹하거나, 가맹비만 챙긴 뒤 약속했던 대로 관리해 주지 않아 발생한 분쟁이 대부분이다.
②충분히 준비한 뒤 뛰어들어라
대구에 사는 김지원(41)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대출을 끼고 대구 중심가인 수성구에 술집을 내서 한동안 재미를 봤지만, 2003년 카드 대란(大亂)으로 소비가 얼어붙자 순식간에 가게가 망했다. 밀린 세금에 빚까지 다 정리하고 나니 남은 것은 1억원의 빚뿐이었다.
몇 년간 암울한 시절을 보낸 김씨는 채무 조정을 받아 빚을 정리한 뒤 주변에서 돈을 빌려 1년여 전에 조그만 국숫집을 냈다. 과거와 달리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인근 한식집과 삼계탕집, 김치찜집이 줄줄이 망해 주인이 바뀌는 동안 한 달 평균 4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며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가 재창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준비였다. 그는 가게를 내기 전 1년 2개월 동안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땄고, 발품을 팔아가며 업종과 상권(商圈)을 분석했다. 중소기업청의 전국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을 위해 준비한 기간이 6개월도 채 안 된 자영업자가 60%에 달했다. 그러나 창업을 하기로 했다면 준비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 잡으라고 창업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업종 선택, 입지 선정, 상권 분석, 소비자 분석에 드는 시간은 아무리 짧아야 6개월 이상이라는 것이다.
③월세 등 고정비 최대로 줄여라
위 사례의 김씨가 두 번째로 신경 쓴 건 고정비였다. 그는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월세 대신 3000만원짜리 전세로 가게를 얻었다. 그는 "월세의 경우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고 예고 없이 올려줘야 해 망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세가 되는 가게만 물색했다"고 했다. 종업원을 두지 않고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인건비를 줄인 것도 비용 부담을 크게 던 비결이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영업한 지 얼마 안 된 자영업체일수록 가게에 월세로 세 드는 경우가 많다. 영업기간이 1년 미만인 소상공인의 월세 의존율이 88%에 이른다. 월세와 인건비, 유지비 등 고정비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지출하는 사업구조는 불경기나 임대료 상승 등 외부 환경이 악화됐을 때 버티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창업 컨설팅 업체인 스타트비즈니스의 김상훈 소장은 "실패하는 창업자들의 공통점은 지출엔 신경 쓰지 않으면서 돈 많이 벌기만을 바라는 것"이라며 "반면 비용을 꼼꼼히 체크하고 차근차근 준비한 창업자들은 어려움이 닥쳐도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