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누리고 나누는, 주님의 소원"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 복음은 유대사람을 비롯하여 그리스사람에게 이르기까지, 모든 믿는 사람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롬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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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3대 천재? 간호사들이 하도 나댄다며…"

[중앙일보] 입력 2012.11.10 00:50 / 수정 2012.11.10 06:03

[사람 속으로] 세계적 위암 임상의학 권위자 방영주 서울대 교수
"항암제 건보 적용되는 데 3년 … 돈 없는 환자들 약도 못 써보고 죽어가"

“의사의 제1 목표는 환자를 최대한 빨리 낫게 하는 것”이란 소신은 그를 지난 20년간 임상의학계에 투신케 한 원동력이었다. 좀처럼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던 방영주 서울대 의대 교수가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앉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암에 걸리면 집부터 팔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암 치료비의 95%를 부담한다고 하지만 적잖은 항암 치료제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약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암을 치료하거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항암제가 있음에도 의사나 환자나 손을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심사제도로 인해 보험 적용이 마냥 늦춰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해법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방영주(58) 서울대 의대 교수가 입을 열었다. 현재 대한암학회 이사장이자 2년 넘게 서울대 의대 내과 과장을 맡고 있는 그는 위암 임상의학계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암 전문가다. 2010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아시아인으론 처음으로 기조연설자로 뽑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위암 관련 논문이 ASCO 최우수 논문에 뽑히기도 했다. 그를 만나 대한민국 암 치료계의 현실을 들어봤다.

●어떻게 암을 전공하게 됐나.

 “처음엔 공대를 가고 싶었다. 로봇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 의대를 가게 됐는데, 본과 2학년 때 임상학문을 접하면서 내과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국가고시도 35~40%가 내과학 문제다. 그만큼 의사의 기본이 내과학이란 얘기다. 그중에서도 순환기내과가 내과의 꽃으로 불렸는데 당시 김노경 교수님이 종양내과를 처음 도입하는 걸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교수님을 찾아갔고, 첫 번째 제자가 됐다.”

●임상 쪽에 발을 딛게 된 계기는.

 “1986년 교수가 됐는데, 당시 난 교수가 아니라 십장이라고 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지냈다. 암 전문의가 사실상 김 교수님과 나 둘뿐이어서 매일 100명이 넘는 암환자를 돌봐야 했다. 문제는 약이었다. 좋은 항암제가 있어도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줄 방법이 없었다. 파는 약도 아니고, 설령 판다 해도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났다.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신약을 접할 기회를 주자, 환자를 살리는 게 의사의 제1 목표 아닌가. 이게 내가 임상시험에 몰두하게 된 이유였다.”

●임상 환경이 좋진 않았을 텐데.

 “처음엔 그저 막막했다. 국내 회사에서 만드는 신약은 전무하다시피 했고, 외국회사 약은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다행히 92년 한 국내 대기업이 신약 개발에 나서면서 임상시험이란 걸 처음 할 수 있었다. 20년 전부터 임상을 접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2000년 외국회사도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위암을 전공으로 택했는데.

 “학자로서 흥미롭기는 단연 유방암과 폐암이었다. 서양 의사들도 똑똑하다 싶으면 1번 유방암, 2번 폐암, 3번 대장암 순으로 전공을 택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흔한 암 중하나가 위암인데 서양에선 관심조차 없었다. 그래, 우리나라의 암을 우리가 해결해야지 누가 하겠나 싶어 위암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차츰 위암에 눈을 돌리면서 접촉이 늘었고, 그들을 일일이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랑 같이 임상시험하자고, 우리에게 맡기는 게 당신들에게도 좋다고. ”

 외국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초기 임상시험은 미국에서 거의 다 이뤄지고 일부는 유럽에서, 또 일본은 자기들끼리만 한다는 게 의학계의 불문율이었다. 어마어마한 투자가 걸려있는 항암 신약 개발에 한국인을 참여시키는 건 외국회사엔 도박에 가까웠다. 방 교수는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연구에 몰두했고, 하나 둘 실험 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결국 세계 제1의 임상전문가가 됐다.


위법은 안 해도 합헌은 하겠다

 임상시험을 통해 항암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을 확보했다 싶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작 항암제의 효능이 입증돼도 환자 손에 쥐어지기까진 너무나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였나.

 “의사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그 약이 환자에게 최대한 빨리 쓰여야 할 거 아니겠나. 미국은 임상 결과가 인터넷에 등재되는 순간 곧바로 보험이 적용된다. 일본도 항암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동적으로 보험급여가 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우선 급여(Fast Track)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너무나 늦다. 대장암에 효과가 크다고 입증된 약이 있는데 한 달 약값이 400만원쯤 든다. 집이 부자면 상관없을 거다. 러시아 갑부들은 지금도 우리나라에 와서 두세 달치 약을 한꺼번에 사가기도 한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보험 적용이 안 되면 현실적으로 그 많은 약값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집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 아니겠나. 이런 상황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이젠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기가 왔다.”

●얼마나 오래 걸리길래 환자들이 아우성인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항암제가 보험 적용되기까지 평균 1013일이 소요된다던데.

 “맞다. 무려 3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비항암제가 보험 적용되는 기간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길다고 한다. 그새 돈 없는 환자들은 약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죽어갈 수밖에 없다. 의사로서 그걸 지켜보는 게 가장 괴롭다. 문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보험 적용 여부만 심사하는 게 아니라 그 약을 써야 할지 말지까지 정한다는 점이다. 심평원 결정 전에 그 약을 쓰면 불법이라는 거다.”

 방 교수는 한 환자의 예를 들었다. “위암에 특효가 있다고 세계가 인정한 약이 있는데 쓰겠느냐고, 돈이 많이 들어도 사용해보겠느냐고 물었더니 쓰겠다는 거다. 그래서 약을 줬고, 놀랄 만큼 병이 호전됐다. 그런데 얼마 뒤 심평원에서 ‘병원이 약값을 환자에게 물어주라’고 통보해왔다. 약을 불법으로 썼다는 거다. 황당하지 않나? 법조계 지인들에게 물으니 ‘에이, 그게 말이 되냐’고 손사래 칠 정도인데도 말이다. 나는 ‘재판에 당당히 나가겠다’고 병원 측에 얘기했다.”

●입증된 항암제가 있어도 환자에게 써보란 얘기조차 못하는 현실이란 얘긴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위법은 안 해도 위헌은 못하겠다는 심정이다. 합헌 진료를 해야 하지 않겠나. 의사는 양심에 따라 진료할 권한이 헌법에 분명히 규정돼 있는데, 이런 약이 효과가 있다고 환자에게 얘기하면 불법이 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환자에게는 행복추구권이 있지 않나. 의사인 내가 환자에게 약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 그 환자의 행복추구권을 빼앗는 것 아니겠나. 입증된 항암제를 쓰면 암이 놀라울 정도로 호전되는데, 그런 얘길 안 해주면 그 의사는 정말 나쁜 의사 아닌가. 그런데 거의 모든 의사가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하나? 국내의 한 대형 종합병원은 아예 그런 약은 처방 못하게 코드 자체를 바꿨을 정도였다. 몇 천만원 아끼려 항암제 처방을 원천적으로 막는 병원, 그럼에도 양심상 쓰려는 의사들, 보험 적용되기만 기다리다 죽어가는 중증 암환자들…. 우리나라 의료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보험 추가 적용엔 심사기간 규정 아예 없어

 방 교수의 고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병원 현장의 현실은 훨씬 복잡했다.

●보험 적용 과정에 또 다른 문제는 없나.

 “일단 보험 적용이 결정된 약도 또 다른 항암 효과가 입증되는 경우가 꽤 있다. 유방암 치료제가 위암에도 효과가 크다는 식이다. 이를 ‘적응증 확대’라고 하는데, 이것도 심평원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조차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보험급여 추가 적용에 대한 심사기간 제한 규정이 아예 없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영국·일본에서 심사기간 때문에 애태운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안다.”

●약값 정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던데.

 “이른바 ‘중복협상’의 문제인데, 겨우 보험 적용이 결정돼도 약값을 놓고 또다시 심사에 들어간다. 의사 입장에선 당연히 값싼 약을 환자에게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그렇다고 약값 때문에 시간이 계속 지연되는 건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일단 보험급여를 해준 뒤 약값은 추후 조정할 수도 있지 않나. 정말 이럴 거면 의사들은 애써 공부할 필요가 없다. 심평원이 이런 약 쓰라고 고시하는 것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겠나.

 “보험공단과 심평원이 보험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부디 간과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불요불급한 데 들어가는 재정을 줄여 필요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게다. 가벼운 질병에 너무 많은 재정이 들어간다는 지적도 있지 않나. 인력을 보강하고 심사 일정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까지 들으니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던 그가 기자와 마주 앉게 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화제를 돌렸다.

●암 환자는 왜 이리 늘고 있나.

 “공기오염 때문이다, 인공 조미료가 문제다 말은 많지만 사실 암환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에이징(Aging)이다. 오래 살면 암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거다. 담배를 피워도 1년 피운다고 폐암에 걸리진 않는다. 과거에 암이 적었던 것은 평균수명이 짧아서였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암 발생률이 남성은 세 명 중 한 명, 여성은 네 명 중 한 명꼴이라고 한다. 조만간 두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가 올 거다. 더 이상 암이 환자나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뜻이다. 암에 대해 정확히 알고, 효율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한국이 임상의학계에서 세계 2위까지 올랐는데.

 “환자가 워낙 많고 의사는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시술 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런 구조가 결과적으로 임상시험에 좋은 환경이 됐다. 우리 의사들이 타국 의사들에 비해 굉장히 적극적인(Aggressive) 점도 한몫한 것 같다. 돌아보면 우리 세대가 그렇게 살아온 것 같기도 하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웃음)”

●최근엔 후발국의 추격이 거세다던데.

 “중국·인도·러시아·폴란드 등이 매우 공세적이다. 환자들을 치료하려면 임상시험에 참여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일감을 따내려고 혈안이다. 아직은 우리나라 퀄리티가 높지만 이들 나라의 저가 공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고민에 빠진 듯싶다. 초기임상 비율을 좀 더 높이고 효율성을 담보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거다.”

●쉽게 말해보자. 우리나라가 임상의학계의 강자 자리를 유지하는 게 왜 중요한가.

 “한마디로 신약 접근권이다. 임상시험으로 확보한 항암제로 10년째 살고 있는 환자도 적잖다. 결국 환자가 신약에 최대한 빨리 접근(Access)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크다. 항암제가 미국·유럽인뿐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걸 직접 증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의학계에 회자되는 일화가 하나 있다. 2007년 한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본사 임원들이 대거 방한한 가운데 한국에서 회의를 열었을 때 방 교수가 주제강연을 맡았다. 그는 “회사 이미지를 3개로 정리하겠다”고 운을 뗀 뒤 파워풀, 나이스에 이어 커다란 공룡의 모습을 슬라이드에 띄웠다. “다 좋은데 참 느리더라”며. 그러곤 마지막 화면으로 아기 공룡 둘리를 보여줬다. 얼마 뒤 이 회사 회장은 본국에 돌아가자마자 “Let’s get out of the Jurasic period”라고 외쳤고, 이 소문이 퍼지면서 국제 임상의학계에서 방 교수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환자에게 최선 다하는 병원 세우는 게 꿈

●서울대 의대 3대 천재로 불리는데.

 “허허, 근거 없는 얘기다. 학생들끼리 그렇게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교수들끼리는 절대 그런 얘기 안 한다.(웃음) 사실 인턴 때 별명은 ‘방바라 방’이었다. 하도 나댄다며 내 성을 따서 당시 간호사들이 붙여줬다. 싫진 않더라. 적극적이란 뜻도 담겨있지 않겠나. 요즘도 학생들은 그렇게 부르는 것 같긴 하다. 방바라 방 떴다고.(웃음) 나 자신은 스스로를 ‘호기심 천국’이라고 표현한다. 어렸을 때부터 질문이 워낙 많았단다.”

●원래 공부를 잘했나.

 “경기중에 다녔는데 1~20등은 성적표에 등수를 적어주고 21~40등은 중, 40등 이하는 모두 하였다. 1학년 때 3월에도 하, 4월에도 하였다. 선행학습 전혀 없이 중학교에 갔는데, 영어 선생님이 ‘다 공부하셨죠? 레슨원 들어갑시다’ 하는데 레슨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5월부터 20등 안엔 들어갔는데 잘한 건 아니었다. 그저 잘 놀고 까불기로 유명한 아이였다.”

●교수 입장에서 볼 때 요즘 의대생들은 어떤가.

 “지금 교육 시스템으로는 난 절대 서울대 의대 못 왔을 거다. 3년간의 내신성적은 엄청난 성실성을 요구하는데, 아인슈타인도 이런 교육체계에서는 절대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 초·중·고 12년간 아이들을 외우기만 하는 복제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의대에 꼭 들어왔어야 할 학생들이 딴 데 가 있는 경우도 적잖다. 수능 만점 맞는 데는 우수한데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 즉 문제 해결(Problem Solving) 능력은 아쉬울 때가 많다.”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던데.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임상시험을 잘할 수 있느냐’고 묻는데, 그때마다 6C에 충실하라고 조언해준다. credit(신뢰), courtesy(예절), communication(의사소통), curiosity&creativity(호기심과 창의력), contribution(남에게 기여하려는 마음)과 collaboration(나 혼자 잘날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 등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성공비결도 결국 6C인 것 같다.”

●국내외에서 각종 상을 휩쓸고 있는데.

 “지난해 대한의학회가 주는 임상의학상 시상식 때 가족들도 모두 초청됐는데 여든 넘으신 어머니가 너무너무 좋아하시더라. 눈물까지 흘리시면서.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았는데 오늘 작은 효도 하나 하는구나, 상 받는 보람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아버님은 살아계시나.

 “암으로 돌아가셨다. 췌장암으로. 음…, 나처럼 암 전문의가 가족 중에 암에 걸리면 멘털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 가족 입장에선 얼마나 서운하겠나. 진작 좀 더 열심히 연구하지…. 아들 하나 딸 하나 두고 있는데, 둘 다 의대 가지 말라고 했다.”

●앞으로의 꿈은.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이 죽는 걸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죽고 나면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살아있는 이 순간 보람 있는 일 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자, 이게 내 모토다. 코드는 도전과 열정이고. 후배들에게 ‘꿈을 많이 갖고 살라’고 늘 얘기한다. 내 꿈이 꿈을 끊임없이 갖고 사는 거다. 몇 개의 꿈이 사라지더라도 몇 개는 계속 남아있을 수 있게. 의사로서의 꿈? 돈과 관계없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병원을 하나 만들고 싶다. 지금도 후배들은 서울대병원에서 하루에 100명씩 암환자를 보고 있다. 친절, 친절 외치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다간 5년쯤 뒤엔 우리나라 암환자들이 중국 상하이로 건너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오히려 일본과 중국 환자들을 잡아와야 하지 않겠나. 그런 경쟁력 있고, 환자가 만족하는 병원을 세우는 게 꿈이다.”

방영주 교수는 서울 출생으로 경기중과 경기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1986년부터 27년째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승인 김노경 교수와 함께 한국 종양학계의 선구자로 꼽힌다. 현재 대한암학회 이사장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서울대 의대 내과 과장,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 등을 맡고 있다. 오랜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세계적 권위지에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공적을 인정받아 함춘의학상, 바이엘쉐링 임상의학상, 김진복 암연구상 등을 받았고 지난 6월에는 아시아인 중 괄목할 만한 암 연구성과를 낸 의학자에게 주는 ‘고바야시재단 어워드’를 수상했다. 지난달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인 지식창조대상을 의대 교수로는 처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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