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누리고 나누는, 주님의 소원"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 복음은 유대사람을 비롯하여 그리스사람에게 이르기까지, 모든 믿는 사람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롬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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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한성희 박사의 女子 토크] 꿈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는 무력한 청춘들… 엄마의 안달이 만들어낸 '괴물'

  • 한성희 정신분석학 전문의
  • 입력 : 2013.10.12 03:13

    젊음은 아름답다. 젊음이 반짝이는 이유는 가진 것이 없어도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꿈을 꿔봤자 뭐하느냐고, 해본들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욕심조차 내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엄마들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는 자녀 때문에 고민이 깊다. 'Boys, be ambitious! 젊은이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던 부모 입장에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중3 여학생 유정이는 볼멘소리로 말했다. "난 별로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공부해본들 좋은 대학 가지 못할 게 빤하고, 또 대학 나온들 취직 못 할 게 빤하고, 취직하고 결혼한들 애 낳고 지지고 볶다 죽을 거 아녜요? 나는 어른이 되는 것도 싫고 공부도 싫고, 그냥 내 멋대로 살다가 일찍 죽고 싶어요." 유정이 부모님은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가슴을 치고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아이는 먼 산 쳐다보듯 할 뿐이다.

    그런데 유학 갔다 돌아온 25세 경미씨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가 노력해서 회사를 들어간들, 또 결혼을 하든 뭐 달라질 게 있나요? 지금처럼 무료하겠죠.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별 욕심 없어요. 아무 생각 없이 살죠. 그냥 죽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에요."

    
	한성희 박사의 女子 토크
    경미씨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모든 걸 챙겨주었다. 엄마는 한시도 경미씨 곁을 떠나지 않고 학원이며 과외며 온갖 스케줄을 관리했다. 엄마의 일정표에 따라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영어와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이후로는 영재 교육, 수영, 발레에 이르기까지 엄마가 그리는 완벽한 작품으로 숨 가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엄마의 의도대로 경미씨는 공부 잘하고 무엇이든 잘하는 칭찬받는 아이였다.

    그러던 경미씨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상위권을 달리던 성적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언제부터인지 학교도 재미없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날이 게을러지고 엄마가 시켜야 겨우 일어나고 엄마가 다그쳐야만 책상에 앉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보다 못한 엄마는 경미씨를 고등학교 때 일찍 외국으로 유학 보냈다. 그러나 거기서도 그녀의 무력증은 여전했다. 일탈 행동은 없었지만 학교에 안 가기 일쑤였고, 아침이면 엄마가 먼 한국에서 전화로 깨워야 겨우 일어나곤 했다. 그러한 생활은 힘겹게 들어간 미국의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의 안달로 겨우 대학은 마쳤지만 경미씨에게 미래는 김빠진 사이다 같다. 가슴 뛰는 일은커녕 세상일 모두 심드렁하다. 한 번도 딸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지 않던 엄마가 이제야 다그치듯 "너는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고 한다.

    '꿈'을 꾸지 않는 청춘들. 이들은 돈도 출세도 관심 없고 아무런 욕망도 집착도 없어 보인다. 겉으로는 쿨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이들은 '어른 아이' 피터팬일 뿐이다.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회적 무능감과 무기력은 말하자면 '학습된 무력감'이다. 어릴 때부터 줄에 묶여서 자란 코끼리는 그 줄을 끊을 수 있을 만큼 힘이 세져도 줄을 끊지 못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결국 줄을 끊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묶여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누군가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살아오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주체로서 자신을 탐색하고 스스로 능력과 잠재력을 검증해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미래의 꿈을 위해 현재를 인내하는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싶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원하고, 스스로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고유의 존재감과 성취의 기쁨을 깨닫기 때문이다. 자녀의 욕구보다 자기 욕구를 앞세우지 않는 엄마. 아이들 욕구의 리듬을 알아차리고 반의반 템포 따라가 주는 엄마. 이렇게 '현명한 엄마'는 절대 아이들보다 너무 앞서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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