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이 사모. ⓒ이대웅 기자 |
“‘미국 명문대 보내는 비결’을 쓴 책이 아닙니다. 그런 책은 이미 시중에 많잖아요? 저 역시 스물세 살 때 ‘엄마’가 되었고, 수많은 실수들을 저지른 평범한 여성입니다. 네 아이의 양육기이자, 엄마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땅에서 자라는 하늘 자녀>의 저자 박경이 사모는 “저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다른 엄마들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은 집안 형편 때문에 야간 상고를 다니며 공부에 대한 한(恨)이 남아 있었고, 남편인 임용섭 목사 역시 가난 때문에 군대를 면제받을 정도였다.
자녀 양육 때문에 미국행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가난했지만, ‘구약을 쉽게 가르치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남편의 꿈을 좇아 떠난 유학길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무모한 도전’, ‘똥배짱’이라고들 수군댔다.
박경이 사모는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야 하면서 네 자녀를 키워야 했다. 아이가 넷이라 허드렛일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남편 전도로 하나님을 믿게 됐는데, 미국에서 신앙훈련을 모두 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녀 모두 특출한 재능이 있거나 ‘천재형’도 아니었다.
결과는 네 자녀 모두 예일과 하버드, 듀크 등 미국 명문대학 합격이었고 책의 ‘카피’도 이를 내세우고 있지만, 박 사모는 이 책을 “청지기 엄마의 생생한 양육 일대기”라고 강조한다. 부유층이나 엘리트 집안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아니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온갖 시행착오를 견뎌가며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자녀들을 ‘오직 믿음으로’ 양육해 가는 ‘악전고투기’라는 것. 그래서 사모는 “자녀들에게 뭘 어떻게 해 줘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박 사모는 자신의 경험에 따른 방법론을 세 가지 정도로 요약했다. 먼저 ‘지식 위주가 아닌, 지능과 성품 위주의 조기교육’. 당시는 조기교육 붐이 일던 시대였는데, 관심도 없는 아이를 붙잡고 억지로 지식을 밀어넣으면 당장 효과는 거둘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떨어뜨리고 학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엄마’로서 우려했다. 그래서 ‘놀이’를 통해 학습에 바탕이 되는 창의성과 집중력, 인내심과 끈기 등 태도와 성품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때까지 기다렸더니, ‘시대에 뒤떨어졌다’, ‘계모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셋째 아이의 학습능력이 가장 느렸지만 집중력을 키워준 덕분에 나중에는 가장 두각을 나타내더라구요.” 끈기와 집중력은 공부 분량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때부터 위력을 발휘한다.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어휘력과 표현력 향상도 도모했다.
▲자녀의 예일대 로스쿨 졸업식에 함께한 온 가족. ⓒ출판사 제공 |
신앙에 있어서도, 암기나 주입식 성경교육을 지양했다. 억지로 성경을 외우도록 하기보다는, 성경의 정신과 기독교적 삶의 태도를 가르쳤다. “크리스천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려 했습니다. 결국 삶의 문제라고 생각했지요. 성경 한 구절을 외웠다 해서 인생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두 번째는 ‘책과 친해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박 사모는 “읽으라고 닥달하는 게 아니라 즐기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며 “특히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책을 읽지 엄마가 골라준 책을 읽지는 않으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들고 있더라도 책 읽는 습관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미국에서 배운 것인데, 그들은 ‘알파벳’보다 ‘나는 특별하다’는 자존감부터 먼저 가르친다고 한다. 박 사모는 “유대인들이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이유도 ‘하나님께 선택받은 백성’이라는 자부심에 있다고 한다”며 “우리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지음받은 귀한 자녀’라는 자존감을 마땅히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세 가지가 방법론이라면, 그 바탕에는 ‘청지기’ 정신이 있다. “아이들이 ‘내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는다면, 세상적인 방법이나 생각보다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과 특성을 이끌어내고 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수 있지요.” 하나님께서 자신을 믿고 어머니로 세우셨다는 관점을 가지고 나니, 경제적인 불안과 두려움에도 ‘하나님께서 함께 키워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제가 한 육아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래서 박 사모는 안타깝다고 한다. “요즘 엄마들,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대학에 직업까지 계획을 세워놓고 키운다지요? 하지만 저만 해도 형편을 따지면서 자녀들을 키웠다면, 한계가 명확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은 무궁무진하고 한계가 없으시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어요.”
한 가지 더, ‘경쟁 사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번에는 몇 등’ 하면서 남을 이기는 목표보다는, ‘너 자신을 이기라’고 가르쳤습니다. 자신의 나태함과 놀고 싶은 유혹, 게으름 등과 싸우라는 것이지요. 저는 애초부터 명문대라는 목표를 세운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번 성적이나 수준에서 향상되는 걸 원했어요. 올 A가 아니라 최선 다하는 삶 말입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박경이 사모는 지적했다. “결국 엄마를 따라하게 돼 있어요. 책 좀 읽으라고 말하기 전에, 책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지요.”
그의 첫째 임경건(26)은 일리노이 수학·과학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듀크대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한 후 하버드·컬럼비아·예일 로스쿨에 모두 합격해 예일 로스쿨을 졸업했다. 둘째 사랑(24)은 일리노이주립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맡고 있으며, 셋째 화평(23)은 케네디 대통령의 모교인 초우트 로즈메리홀(사립고)을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생명의료공학을 전공했다. 넷째 승리도 일리노이주립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남편도 총신대 신학과 및 신대원을 졸업하고, 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비전대로 <하이라이트 성경>, <3-3-4 성경가이드> 등을 펴냈다. 박경이 사모 자신은 총신대 종교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하이패밀리 가정사역전문가, 여성행복코칭 2급 등을 획득했으며, 여러 교회 및 단체에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