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치매 명의, "금연 금주 운동보다 더 치매에 좋은 건..."
박혁진 기자 입력 : 2014.02.02 16:04
| 수정 : 2014.02.02 16:06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김어수(43) 교수는 2003년부터 이 병원 정신건강센터에서 전문의 생활을 시작했다.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치매 치료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10년 이상 치매 치료를 해 온 베테랑이다.
그는 현재 학교 조교수로 있으면서 서울 서대문치매지원센터장도 겸임하고 있다. 최근에는
3년간 3억원씩 보건복지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다중적 알츠하미어
억제 기전을 갖는 약물 개발’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언론의 수많은 치매 관련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취재원이기도 하다. 특히
김 교수는 스트레스가 치매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 것이 학계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 치료법보다는 삶의 자세와 방향이 치매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교수가 치매 치료와 관련해 ‘삶의 자세’에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도 처음에 이쪽 분야를 전공하고 나서는 ‘에이베타 아밀로이드’(치매
유발과 연관이 있는 체내 물질) 같은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런 물질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보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들이 항치매와 연관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목적의식이 있어 사는 사람이 있고 할 수 없이 돈 버느라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들을 20년을 따라다녀 봤더니 목적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치매에 덜 걸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활기차고 호기심 많은 인간관계에 근거한 활동들이
단순히 항(抗)치매 효과가 좋기는 좋더라가 아니라 운동이나
금연 같은 것보다 더 높은 항치매 효과가 밝혀졌습니다.”
김 교수도 다른 의사들처럼 약물개발에도 참여하고 환자들에게 처방도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예방법과 치료법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했다. “흔히들 금연, 금주, 운동이 치매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이런 것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것이 ‘사람들과의 교류’입니다. 억지로 하는 사회생활이 아니라 친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으면 치매에 덜 걸려요. 여기에는 가족들과의 만남도 포함됩니다. 사실 치매에 걸렸을 때도 꾸준히 이런 것들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
집에만 있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그는 사람들하고 만나는 것만큼 환자가 자꾸 호기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치매 같은 경우 기억력 감퇴는 꽤 있지만 다른 문제는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 분들이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바빠서 지나쳤던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면 훨씬 증세가 좋아집니다.”
그래서 김 교수는 치매에 대한 치료만큼이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환자 본인과 가족들의 삶도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매의 궁극적 목표는 기억장애가 없어지는 상태를 만드는 건데, 지금 상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완치가 없다면 결국 조금이라도 딜레이시키는
게 중요한데, 단순 딜레이가 문제가 아니라 죽기 전까지 기억 장애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가
문제인 거죠. 완치가 1번 목표지만 완치가 안 됐을 경우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돕는 것입니다.”
인터뷰 막판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치매 명의라 불리는 40대 초반 김 교수는 과연 부모님을 어떻게 돌볼까?’ 김 교수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버지가 교회에서 은퇴 장로들과 함께 합창단을 하시면서 순회공연을 다니시는데 예전에는 ‘힘드시니까 그런 곳에 다니시지 말라’고 했는데, 연구 결과 사람들과의 교류가 얼마나 항치매에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된 후부터는 ‘감기 몸살 좀 걸리면 어떠세요? 사람들 많이 만나서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시고 사시라’고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