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6:36-39>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고 하는 곳에 가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하는 동안에, 너희는 여기에 앉아 있어라."
그리고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서, 근심하며 괴로워하기 시작하셨다.
그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머무르며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예수께서는 조금 더 나아가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서 기도하셨다. "나의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해주십시오."
<닫힌 기도를 넘어 열린 기도로>
하나님께 드리는 우리의 기도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간절한 나의 소원을 하나님께 아뢰는 간구의 기도에서 출발해서, 자기의 하인을 위해서 기도했던 백부장의 중보의 기도, 그리고 하나님께 특별한 모습으로 기도하지 않더라도 주님의 일을 하는 일에 충성을 드리기 시작하면 주님은 우리의 사정을 미리 아시고 우리의 일을 해주시는 사귐의 기도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성숙한 기도의 삶입니다. 이렇게 기도할 때에 기억해야 할 한 가지의 것이 있습니다. 기도의 참된 의미는 내용을 고수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사귐 속에서 자발적으로 변경하는 데에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본문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하시기 전날 밤, 겟세마네에서 마지막으로 기도하는 내용입니다. 자기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순간, 예수님은 이 자리에서 땀에 피가 배여서 흐를 만큼 간절하게 기도하셨습니다. 피땀을 흘리는 사생결단의 자리에서 드린 이 예수님의 기도의 진짜 의미는 그의 기도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잔을 내게서 옮겨 주십시오” 라는 간구의 기도로 시작했지만 이 기도를 끝까지 고수해서 이루어내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간 것이 아니라 ‘나의 원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소원대로 해 주십시오’ 라고 기도하며 자신의 기도를 버린 것에 이 기도의 진짜 의미가 있습니다. 피땀 흘리며 당신의 원하던 바를 위해 기도하시던 예수님께서, 살고 싶은 것은 나의 뜻이요 하나님의 뜻은 십자가를 지는 것임을 확인하신 후에, 자기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기도에 앞세우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당신의 기도를 버리시고야 예수님은 온 땅을 위한 그리스도가 되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 무엇이든지 기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도는 닫힌 기도가 아니라 열린 기도여야 합니다. 내 기도를 관철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언제든지 주님의 뜻을 분별하는 대로 자신의 기도를 기꺼이 버릴 수 있기 위하여 기도해야 합니다. 이처럼 주님 앞에서 그 분과 사귐이 생겨날 때, 우리가 가득히 가지고 나아간 생각이 썰물처럼 밀려나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그 분의 생각이 내 마음에 밀물처럼 밀려올 때,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늘 응답받는 능력있는 기도를 드려낼 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우리가 하나님과의 사귐 안에서 우리의 뜻을 고수하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내 기도가 바뀌는 열린기도를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예수님과 성령님 (히브리서 7:24-25; 로마서 8:26)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우리의 필요를 향해서 기도하는 것이 내 삶에 얼마나 더 큰 복을 허락하시는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의 기도를 버리고 하나님과의 사귐의 기도로 들어갈 때 우리는 침묵의 가치를 배울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이 내게 하시는 말씀과 행동을 알 수 있기 위해 경청의 방으로 들어가 그 분께 집중해 보는 것의 즐거움과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기도할 때 우리는 우리의 기도의 수준을 예수님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주님이 내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신는지 생각하며 그 주님과 교제하기 시작하면 그 때에야 비로소 “쉬지말고 기도하라 (데살로니가 전서 5:17)”는 말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갖고 계신 선한 뜻과 계획이 우리의 삶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그것을 분별할 수 있도록 주님과 성령님이 이미 돕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기도를 기꺼이 버리는 열린 기도를 드릴 때 그 분들을 만나게 되고, 기도가 더 이상 힘들지 않게 됩니다. 나를 위해 기도하시는 주님의 관점에서 나를 살피면 내 기도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인지 나의 욕망을 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의 가장 은밀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선과 거짓마저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 기도의 내용이 자발적으로 바뀌고 우리 삶이 교정되기 시작합니다. “주님께서 지금 내가 어떻게 기도하기를 원하실까?”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하면 주님의 말씀을 좇아 행동하게 되는데 그 자체가 기도가 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적합한 일인가?” 질문해 보는 것이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교회에서도, 교회 밖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이 때에 우리는 쉬지않고 기도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기도가 주님과 사귐으로 나아가고, 그로 인해 내 말과 삶의 변화로 인해 쉬지않고 기도하며 주님과 동행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