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누리고 나누는, 주님의 소원"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 복음은 유대사람을 비롯하여 그리스사람에게 이르기까지, 모든 믿는 사람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롬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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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7:18-23>

18. 요한의 제자들이 이 모든 일을 요한에게 알렸다. 요한은 자기 제자 가운데서 두 사람을 불러,
19. 주님께로 보내어 "선생님이 오실 그분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하고 물어 보게 하였다.
20. 그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말하였다. "세례자 요한이 우리를 선생님께로 보내어 '선생님이 오실 그분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하고 물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21. 그 때에 예수께서는 질병과 고통과 악령으로 시달리는 사람을 많이 고쳐주시고, 또 눈먼 많은 사람을 볼 수 있게 해주셨다.
22.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가서 요한에게 알려라. 눈먼 사람이 다시 보고, 다리 저는 사람이 걷고, 나병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먹은 사람이 듣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
23. 나에게 걸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

<내가 기다립니다>

대강절은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시는 기다림과 우리가 하나님을 기다리는 상호관계 속에서 우리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할 때, 대강절은 부푼 기대와 설렘을 주는 절기가 됩니다. 세례요한은 그의 뒤에 오실 메시야에 대해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당시의 사람들을 향해서 독설에 가까운 심판의 선언을 내 뱉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당시의 부패한 사회상을 보면서 이런 세상은 속히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와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메시야에 대한 기대가 특별했습니다. 

그런데 메시야인 예수님이 나타나셨는데도 그가 예언하였던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의한 세력을 때려 부수고 의로운 나라를 건설하기는커녕 세상은 옛날 그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은 오히려 불의한 세력에 의해 감옥에서 억울하게 당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요한이 기다린 기다림에 맞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요한과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그린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고 기다립니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기다림이 만족스럽게 응답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오히려 실망을 맛보기 일쑤입니다. 그러므로 기다림의 계절인 대강절을 지나는 우리는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가 기대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주님의 역사는 “내 뜻이 내 기대대로”라던가 “하나님의 뜻이 내 방법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메시야를 기다린 자기의 기대대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본 세례요한은 감옥에서 깊은 절망을 체험하고는 자기가 기다린 메시야의 모습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자리에 섭니다. 그 마음이 “선생님이 오실 그 분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19절)라는 질문에 드러나 있습니다. 과거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를 무너뜨리고 주님의 가르침으로부터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존심과 고집이 깨어지는 고뇌의 밤을 거치지 않고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대강절은 참회의 시간, 회개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껏 나를 지탱해왔을지 모르는 나의 자존심을 깨며 주님 앞에서 가슴을 찢으며 빈 마음을 가지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은 빈 마구간에 있는 빈 구유에 오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예수님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빈 구유와 같이 겸손함으로 준비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면 세례요한에게 보여주신 예수님의 대답은 무엇인가요? 그 분은 치유와 생명으로 가득 찬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셨습니다. (22절) 여기에는 혁명도 없고 심판도 파괴도 저주도 보복도 없는 치유와 생명과 복음만이 있는 곳입니다. 하루아침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한 점씩 변해가는 사람들의 변화로 인해 치유와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고, 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들입니다. 여기에 예수님의 소원이 있습니다. 이 소원에 동참하며 우리의 기대가 아니라 주님이 일하시는 곳에 우리의 마음을 두며 인내와 충성으로 주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는 대강절, 기다림의 절기를 만들어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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