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밤 11시쯤 이머젼시를 통해서 입원한 후 통증 때문에 계속 몰핀에 의지해서 지냈습니다. 몰핀 약효가 떨어지면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서어 간호사를 불러 다시 몰핀 주사를 맞고 금방 잠들고 또 깨고를 반복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토요일 새벽 2시경에 깨었을 때는 통증도 참을 만 하고 정신도 맑아져서 두시간 정도 그 동안의 이메일과 카톡을 점검하고 꼭 필요한 조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토요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기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통증이 찾아 왔다가 사라졌다가 하지만 진통제를 맞지 않아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되었고, 조금 전 엑스레이 촬영을 다녀오면서는 배가 아픈 이후 처음으로 방구까지 나와서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 졌습니다. 가능하면 오늘 퇴원을 해서 예수님 영접모임도 예정대로 갖고, 저녁 오규환 형제님 환송 모임에도 잠간 다녀오고 내일 주일예배도 함께 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되기는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목요일 밤 이머젼시를 찾기로 결심했던 것은 저의 증세가 지난 2004년도에 급히 수술을 받았던 때의 증세와 거의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는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거의 정신을 잃을 만큼 되었고, 갑자기 한기가 덮쳐 와서 덜덜 떨면서 통증과 추위에 괴로워 하다가 몰핀을 맞고 그리고는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보름이나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었습니다.
혹시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의료 사고라는 것이 사람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많지 않겠지만, 중국에 있는 희민이,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민애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 뵙지 못하고 천국에 먼저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유언이라도 좀 남겨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내의 마음을 너무 불안하게 만들까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자리를 비우는 틈이라도 있으면 전화기에 녹음으로라도 남겨 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전화기는 챙겼는데 메세지를 남기지는 못했네요.^^ 별일도 아니고 나이도 얼마 안되었는데 별 생각을 다 하지요. 이것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의 약함이고 아픔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제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우리 교회에 일어났던 일들을 아내로 부터 전해 들으면서 제 마음이 참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두 장로님을 중심으로 두 목사님들과 목자님 목녀님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고, 제 마음이 참 뿌듯했습니다.
내가 없으면 안되는 교회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제 마음이 무척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없어도 되는 교회로 어느새 이렇게 튼튼하게 자리잡은 것이 한편으로 감사했고, 그 가운데서 보여주신 장로님들과 시온영락 식구들의 사랑과 격려는 제가 사랑받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중요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중요성은 역할 때문에 생기지만 소중함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웃으면서 ‘혹시 하나님께 몰래 지은 죄는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빙그레 웃으며 ‘셀 수 없이 많이 짓는 사람이지’ 라고 대답했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저는 ‘왜 나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는 잘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묻는 편입니다. 저를 향해서도 마찬가지고 다른 사람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과거를 묻지 않으시고 우리의 미래에 관심이 많으심을 점점 더 확실하게 깨달아 가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금식이 너무 너무 하기 싫었는데 이 번기회를 통해서 금식의 유익과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먹는 것도 절제하고 건강을 위해서 정기적인 운동도 좀 더 열심히 해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시온가족 여러분께 근심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아내와 부모님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서 좀 더 성실하게 건강을 챙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저의 상태를 보면 큰 문제가 없는 한 한국 방문은 일정대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퇴원이 늦어지면 한국을 다녀와서나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을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 함께 예배드릴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