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년시가 행복하게 그리고 분주하게 지나갔습니다. 지난 가을은 제가 조금 무리하게 삶공부를 개설한 데다 강의도 조금 늦게 끝나서 다른 때보다 더 분주하고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 되었습니다.
교회 요람작업까지 다 끝내고 이제 한 숨을 돌리며 추수감사절, 성탄절 그리고 년말년시를 맞아 카드와 선물로 담임목사에게 사랑의 마음을 표현해 주신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들께 늦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카드나 선물을 받을 때 저는 여러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낍니다. 저는 사랑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부담감이 생깁니다.
년말년시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인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때인데, 특히 교회를 다니는 분들에게는 더욱 더 그럴 가능성이 많은 것 같습니다. 평상시 헌금 생활에 더하여, 추수 감사절 헌금, 성탄절 감사헌금에 이렇게 저렇게 신경써야할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담임목사까지 챙겨서 선물하시는 마음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찾아옵니다.
두 번째로 느끼는 마음이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표현되어질 때 더 풍성해 지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받기만 하고 답례는커녕 답장 카드도 제대로 못 보내는 것이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세 번째로 느껴지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요즈음은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입니다. 선물을 받을 때는 기분이 좋고 감사하지만 제대로 다 쓰기가 힘이 들어 아까운 마음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받았던 종류의 선물이 있다면 홍삼제품과 넥타이입니다. 결코 값이 싸지 않은 선물인데 제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런 사정을 아시는 분들이 현금을 담아서 카드와 함께 건넵니다. 선물을 하시는 분에게는 무슨 선물을 살까 고민하지 않아서 좋고, 받는 입장에서는 정말 필요한데 사용할 수 있어서 실용적입니다. 그러나 현금은 단순히 현금이 아니라 영적인 어떤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가장 실용적인 방법인데, 부작용도 가장 크고 마음도 가장 불편한 선물이 됩니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성도님들께서 저에게 현금을 주시든 저는 교회에 헌금을 해왔습니다. 주신분의 이름으로 감사헌금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필요가 보이는 분을 위하여 지정헌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금년에는 현금으로 받은 전액을 호주밀알 선교단으로 보내주시도록 교회에 지정헌금을 했습니다.
호주 밀알선교단을 섬기는 단장 목사님은 저의 매형입니다. 평생을 장애인 사역에 헌신해 오신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돕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지만, 저의 가족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오히려 교회를 통해서 돕기가 더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으로서 동역자로서 늘 미안한 마음과 빚진 마음이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제가 년 말에 현금으로 받았던 전액을 그곳에 보낼 마음을 주셨고, 여러 가지 면에서 제 마음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성도님 여러분들께 용기를 내어서 부탁을 드립니다. 혹시 담임목사에게 선물을 하실 마음이 생기시면 잘 사용하지도 못할 물건으로 하지 마시고 현금으로 해 주세요.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오가고 표현되어 져서 좋고, 저는 제가 평상시에 돕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정기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도울 수 없었던 선교사님들의 필요에 하나님의 통로가 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금에는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어떤 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교회에 지정헌금을 해서 교회 이름으로 보내도록 하고, 선물하신 분들의 이메일을 선교사님께 함께 보내드려서 선교사님께서 여러분에게 직접 안부 회신과 기도제목을 보내시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