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겹줄 열흘 심야기도회, 최영기 목사님을 모신 부흥회, 가정교회 출범 및 대행목자 서약과 임명식 그리고, 지역 목회자들을 섬기는 가정교회 1일 특강까지.... 설상가상으로 감기 몸살까지 우리 공동체를 덮쳤습니다. 그러나 은혜롭게 그리고 탁월하게 이 모든 것을 해 내었습니다.
열흘 심야기도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저 자신이 마치 이끈다기 보다는 떠밀려 가는 듯이 힘이 들었습니다. 지도자는 가능하면 밝고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서 공동체를 이끌어야 하는데, 제 마음에는 정직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투명함"과 밝고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리더십" 사이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와 여러분이 공동체가 되고 한 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투명함"을 택했습니다. 일이 잘 될 때에는 웬만한 것은 다 덮어집니다. 그러나 일이 잘 안될 때는 일이 안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데, 서로 책임 소재를 따져가며 갈등하고 분열함으로 고통이 더해지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공동체는 "실패"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진가가 나타나 서로에게 더 큰 힘이 되어줍니다.
저는 저의 메마름을 생생하게 느끼는 가운데 헉헉거리며 기도회를 인도하면서, 두 가지를 기대했습니다. 저의 메마름에 관계없이 저를 통로로 사용하셔서 필요한 분들에게 부어주실 성령님의 은혜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감각되어지는" 어떤 은혜라는 것이 없어도, 기도회가 메마르고 힘든 노동과 같은 시간이 된다고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어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공동체 됨이 강화되어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두 가지 모두 응답해 주셨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겹줄 열흘 심야기도회와 부흥회 그리고, 가정교회 1일 특강에 이르기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힘을 다해 참석하고 섬겨주신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최영기 목사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참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그러나 선포되는 메세지는 제가 가르치는 내용과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이미 여러 번 들어서 아는 내용이라 새로울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하"하는 유레카의 즐거움도 가슴에 뜨겁게 와 닿는다는 "느낌"도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집회를 통해서 저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최혜순 사모님이 18년의 세월을 암과 더불어 사셨다는 바로 그 사실이었습니다. 최영기 목사님이 휴스턴 서울교회를 가정교회의 모델교회로 세워 가시며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가정교회 운동을 확산시켜 가셨던 20년의 세월 거의 전부가 암으로 투병하는 아내와 함께 한 세월이었다는 사실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어서 행복한 삶, 문제가 없어서 헌신하고 순종하는 삶이 아니라 문제와 더불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았고, 사명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출장처럼 산 삶이었다는 것이 크고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삶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며 역사하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하나님께 집중하는 삶입니다. 없는 것에 매달려서 인생을 소진하고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신 것 이미 받은 것에 집중하며 그것을 오늘 누리고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순종해 가는, 그래서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행복하고 풍성한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 인의 삶입니다. 최영기 목사님은 자신이 평생 살아온 바로 그 삶을 설교로 풀어내 주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