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새벽 4시 한국의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기에 찍힌 동생의 이름을 보는 순간 불길한 느낌이 확 들었는데, 어머님이 다시 쓰러지셔서 119를 통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셨고, 이번에는 좀 힘들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지금 비행기로 부산에 내려가려 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얼른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급히 한국에 나갈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희민이와 민애에게도 가능하면 한국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달라고 카톡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학교선생님으로 당장 다음 주 월요일 첫 수업을 앞둔 민애에게도,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희민이게도 참 좋지 않는 타이밍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에 주일예배, 월요일저녁부터 열흘 심야기도회, 이어서 바로 있는 부흥회, 목자 안수예배 그리고 북가주 지역 연합 목자‧목녀 수련회까지 중요한 사역들이 펼쳐지는 상황이었지만, 그러나, 저와 같은 마음으로 교회와 주님을 섬기시는 이기준 목사님과 장로님들, 목자‧목녀님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평화로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든든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섬기게 하신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인생에, 멀리 고국에 계신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곤경에 처하거나 위독할 때 특히 장남으로서 마음이 참 착찹합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지금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가?’하는 자책감이 밀려옵니다.
새벽예배 설교를 마치고 나니, 이번에도 어머님께서 위기를 넘기셨다는 감사한 소식이 전해왔습니다. 중환자실에서 2~3일 치료받고, 일반 병실에서 2~3일 회복하시면 퇴원해도 되겠다는 연락입니다. 급히 한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어서 또 감사한 마음입니다.
9월초까지 우리교회에서 이어지는 중요한 사역들을 마치고 난 뒤에는 아무래도 제가 한국을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가서 어머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후회가 남지 않는 일이 될 것 같고, 또 혼자 계신 어머니를 당장에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겠는지 장남인 제가 방향을 잡아야 할 상황으로 보입니다.
제 어머님은 이제 일흔을 갓 넘기셨습니다. 아주 젊은 연세이십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약 30년 전에 알콜중독 상태에서 급성 췌장염에 걸려 두 병원에서 치료불가 진단을 받았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완치되고 또 알콜중독도 치료되어 지금까지 생존해 오고 계십니다. 그러나 건강은 좋지 않습니다. 당뇨에 심장도 좋지 않아서 자주 폐에 물이 차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누님과 남동생이 있는데, 누님은 목사님이신 매형과 함께 호주밀알선교단을 섬기시다가 지금은 BH의 장애아동들을 섬기기 위해서 BH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계시고, 동생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 두 돌을 지난 늦둥이까지 세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미국에 온지 어느 듯 14년째가 되어 아들노릇 사위노릇 제대로 못한 제가 지혜롭게 이 상황을 잘 조정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