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애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졸업식에만 겨우 참석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희민이가 속한 합창단의 졸업공연, Senior Award Night, 교회에서 갖는 예비졸업식이라 할 수 있는 바클레로리어트 (Baccalaureate)와 졸업식까지, 어느 행사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아들에게 아빠가 아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감사한 일이었지만, 덤으로 아빠로서의 기쁨을 ‘오늘’ 누릴 수 있어서 감사했고, 미국에서의 졸업식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졸업생 대표연설이 좋았습니다. 다섯 명의 졸업생에게 기회가 주어졌는데, 한결같이 자연스럽고 감동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지식을 쌓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워서 알고 있는 내용과 자신의 느낌을 정확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자신감과 유머, 바로 리더십을 배양해 주는 것이 미국식 교육의 강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민애도 희민이도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희민이가 등장할 때마다 참 행복했습니다. 합창 순서가 있을 때마다 솔로를 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아서 많은 합창단원 중의 한명으로만 출연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아들의 얼굴을 찾아 사진을 찍었고, 그 많은 졸업생 중에 내 아들이 어디에 있나 눈이 빠지도록 찾아보았으며, 멀리서 옆자리의 친구와 잡담하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반갑고 좋았습니다.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한 까닭에 졸업생 이름을 호명하는 역할을 맡아 단상 마이크 앞에 섰을 때는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면서도, 별것도 아닌데 뿌듯한 마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느껴보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다른 교회에 비해서 성도님들이 예배 시간에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리더십을 배양하려는 훈련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혹시 성도님들 가운데 이런 시간들이 예배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배의 본질은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데 있습니다. 한국 성도님들은 예배의 중심을 지나치게 설교에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순종하는 일이야 말로 아름다운 일이고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제가 한 사람의 부모로써 합창단 졸업 발표회에서 그리고 졸업식에서 누렸던 기쁨을 생각해 봅니다. 아들의 등장 자체만으로, 아들이 크게 폼 나는 일은 아니어도 작은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옆에 있는 친구와 밝은 얼굴로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성장하고 자라간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를 본다는 것 너무나도 기쁜 일입니다.
반대로 혼자 외톨이가 되어 있거나,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어 지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렇게 마음이 아팠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성장한 모습을 보며 더 큰 기쁨이 있습니다.
나 자신이나 혹은 시온영락 성도님들의 좀 서툴러 보이는 발표의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아들이 혹은 딸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게 기뻐하실 하나님 아버지를 기억하시면서, 예배의 가장 중요한 한 순서로 여겨주시고, 또한 이러한 시간들을 기회로 삼아서 더욱 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장한 모습으로 하나님 아버지께 더 큰 기쁨이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