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시온영락교회 부임한 첫해 2009년 10월 18일 여섯 번째로 썼던 목회편지를 이곳에 옮깁니다. 어느새 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지난 4년과 오늘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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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8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써 열심히 일했고, 직장에서 인정도 받아서 그런대로 여유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목사로 산다는 것은 저에게는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길이 되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약간은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동의를 받고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다섯 살, 세살이었던 두 아이들에게 아빠가 신학교에 입학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자세히 설명을 했습니다. 제 아내는 마음껏 동의해 주지 않았지만, 두 아이들의 열렬한 지원으로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첫째가 네 살이 되었을 때 복음을 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네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진지하게 복음을 전해들은 민애는 예수님을 구주와 주님으로 영접했습니다.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지 않고 내 속에서 들려오는 다른 소리, 성령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삶을 살기로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은 비록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기도를 통해서 아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힘써왔습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 아이들이 PK(목회자의 자녀)로서 사춘기를 통과할 때도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저의 아이들을 믿어 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성도님 여러분들을 더더욱 믿습니다. 훈련이든 사역이든 섬김이든 하늘 복을 사모하며 최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든지 가능한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해 드리기를 힘쓰려고 합니다.
저는 시온영락교회에 자발성의 문화와 자발성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일 때 주인의식도 생기고, 또한 책임감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 교회는 평신도 지도자를 세우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유능하고 성숙된 지도자는 스스로 결정할 줄 알고, 그리고 그 결정에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런 성숙한 지도자는 자발성의 문화와 자발성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는 곳에서는 쉽게 개발되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문화가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님께 한걸음 한 걸음 순종해 가면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