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정규범 장로님이 지난 주간 해외한인장로회(KPCA) 제37회 총회에 잘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들 가운데서도 교파나 교단 혹은 총회나 노회 이야기가 나오면 우선 부정적인 생각에 머리가 아프고, ‘왜 개신교에는 이렇게 교단과 교파가 많나?’ ‘총회나 노회의 필요성과 역할이 무엇인가?’ ‘꼭 노회나 총회에 참석해야 하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교회가 속한 교단에 대해서는 www.kpca.org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참여하고 있는 목사님들의 모임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산호세 지역의 목사님들의 모임인 산호세지역교회협의회입니다. 이 지역에서 목회를 하고 계시는 목사님들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교제와 협력을 위해서 매월1회씩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는 가정교회를 모델로 해서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들의 모임입니다. 1년에 2회 목사님들의 컨퍼런스가 있고, 매월 베이지역의 목사님들이 함께 모여서 목장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찬양을 하고, 사역 보다는 삶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교단 목사님들의 모임입니다. 매년 5월에 총회가 있고, 3월과 9월에는 노회가 있으며, 년4회 정도 시찰회 모임을 갖습니다.
저에게 가장 유익하고 즐거운 모임은 가정교회 목사님들의 모임입니다. 이미 같은 비젼과 방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의나 행정적인 일에 소모하는 시간이 거의 없고, 서로를 향한 배움과 섬김이 몸에 배여 있어서 헤어질 때는 언제나 다음 만남이 기대가 되는 그런 모임입니다. 그에 반해서 총회나 노회는 모임의 중심이 행정적이고 사무적인 회의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고 지루하기까지 한 모임입니다. 영적으로 충전되기 보다는 소진될 때가 더 많습니다. 제직회 혹은 공동의회와 같은 모임을 1박 2일 혹은 2박 3일을 계속한다고 생각하시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가정교회 목사님들의 모임보다 더 우선순위를 두고 총회와 노회에 참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권위아래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서 하고 나에게 보람 있고 유익해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이 순종과 헌신의 결과인지 아닌지 분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가 정말로 순종하는 믿음을 가진 사람인지는 내 생각에 나에게 유익이 되지 않고 재미가 없을 때, 내가 그렇게 살아야할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울 때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고, 유익하지 않은 것 같고 재미없는 것 같아도 하나님의 뜻임이 분명할 때 기꺼이 즐겁게 순종할 수 있는 순종이 진정한 순종입니다.
둘째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성장하고 성숙한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만을 하는 것을 넘어서 해야 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노는 것이 재미있고, 멋지게 차려입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사역하는 것은 보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하는 것, 음식 만들고 설거지 하는 것, 빨래하는 것은 재미없고 힘이 듭니다. 때로는 보람을 느낄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한 집안에 재미가 없기 때문에 혹은 보람이 없기 때문에 빨래하는 사람, 설거지하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엄마가 혹은 아내가 바로 그 역할을 묵묵히 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즐겁고 보람 있게 놀고, 공부하고, 쉬고, 재충전 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세월이 갈수록 그리고 제가 성숙해 갈수록 바로 그런 역할을 즐겁게 해 오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기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런 일들에 즐거운 마음으로 더욱 힘써 동참하려고 결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