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예배, 임직 예배, 장례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과 의미를 함께 나누는 것도 참 좋은 일이지만, 바로 그 시간이 저 자신에게는 본질로 그리고 초심으로 되돌아가는 은총의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결혼할 때의 감격과 기쁨과 감사 그리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서약했던 저의 서약을 돌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제가 목사로 안수 받을 때 하나님 앞에서 저의 감격과 결단을 기억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됩니다.
제가 가장 유익하게 생각하는 자리가 있다면 그 시간은 장례 예배의 자리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성경 구절 가운데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전도서7:2)”는 말씀이 있습니다. 장례식에 참석할 때마다 이 말씀이 진리임을 늘 확인하게 됩니다.
어제는 엄강숙 집사님의 시부가 되시는 고 엄찬회 집사님의 천국 환송예배가 있었습니다. 아드님 되시는 엄태성 집사님께서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시면서 고인의 생전 영상을 보여주시고, 투병하시는 과정을 소개해 주셨는데, 가슴이 뭉클한 시간이었습니다.
고인은 평생을 건강하고, 화통하게 살아오신 분이십니다. 생전의 사진의 모습이 그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갑자기 몸에 이상이 있어 검진을 한 결과 뇌에 종양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악성 종양이 아니라는 진단이 있어 큰 염려 없이 수술에 임하였으나, 정작 수술을 하는 가운데 그 종양이 암이며, 2~4개월 정도 생존하실 수 있다는 진단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이미 떠나가셨지만, 아버님과 가족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회복할 수 있는 3개월 20일간이란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시는 엄태성 집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짠한 생각이 들면서, 무엇이 정말로 소중한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젊고 패기만만해 보이는 멋쟁이 청년이, 결혼하고,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가는 모습, 병상에 누워계신 모습이 차례로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올 때는 순서가 있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사람에게도 바로 이 시간이 찾아 올 것이고, 나 자신에게도 바로 이 순간이 다가와서 영상의 주인공이 될 때가 있을 것임을 기억하면서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 교회에서 주관하는 장례예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많은 시온영락 가족이 함께 해 주셔서 하나님께 참 감사하고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우리에게 천국의 소망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가장 힘들고 슬픈 시간에 혼자가 아니라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믿음의 식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사람 냄새가 나는 “의리”가 보여 지는 시온영락교회는 얼마나 멋진 교회인가! 그런 교회의 한 부분이 된 나는 얼마나 행복한 목사인가!
우리의 믿음을 무엇으로 세상에 보여 주시겠습니까? 성경지식으로 보여주시겠습니까? 청산유수와 같은 기도로 보여주시겠습니까? 교회활동과 사역에 헌신하는 열심으로 보여주시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과 함께 웃는 것(롬12:15)”에서 가장 생생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해 봅니다. 공동체가 주는 가장 큰 축복은 나눔에 있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경험입니다. 우리 시온영락교회에서, 우리 목장에서 늘 어제 보여진 것과 같은 그런 의리 있는 사랑이 풍성하게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유족들께 하나님의 위로가 풍성하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