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회편지(167)에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총 목장 모임을 마치면서 담임목사로서 제가 설문지를 통해서 두 가지 질문을 하였는데, 그 두 가지 질문은 실제로는 성도님 여러분들께 두 가지 부탁을 드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의 첫 번째 부탁은 목자․목녀의 삶에 헌신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의 목자․목녀는 “집에 있는 교회”라고 할 수 있는 목장의 리더로서 예수님의 소원인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를 세우는 사명에 헌신하는 “제자”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러나 목자․목녀로 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 당장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목자님 목녀님의 좋은 동역자로 살아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참석하신 모든 성도님들이 능력과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당장에 목자․목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순간에 내가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천천히 가도 됩니다. 천천히 가야합니다. 그러나 방향만은 흐트러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의 두 번째 부탁은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는 일, 신약교회를 회복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인데, 혼자서 가면 외롭고 힘든 길이지만 함께 가면 쉽고 행복한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담임목사로서 그리고 시온영락교회가 교회로서 휴스톤 서울교회가 주도적으로 섬기고 있고, 현재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선교지에서 수많은 목사님들과 선교사님들이 함께하고 있는 국제 가정교회사역원의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시온영락교회는 신약교회의 회복을 추구하며, 국제가정교회사역원의 활동에 적극 동참한다.”는 내용을 교회의 내규(By-law)에 첨가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담임목사로서 저는 공동의회와 당회의 권위 아래서 성도님 여러분들의 동의와 허락 아래 저의 사역을 감당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목회편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두 분을 제외한 전원이 동의해 주셨습니다. 흔쾌히 동의해 주신 분들도 계시고, 부담스럽지만 동의해 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특별히 부담스럽지만 동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속에 주님을 향한 진지한 헌신의 마음과 담임목사를 향한 따뜻한 사랑이 함께 담겨 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두 분께서 반대 의사를 밝혀 주셨습니다. 저는 이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실명을 밝히고 쓴 설문지인데, 담임목사인 저를 반대의견을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믿어 주신 것이라 느껴져서 감사드립니다.
설문지 가운데 한 분의 질문이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꼭 해야 합니까?” 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계속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저의 답은 이렇습니다.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려는 노력, 신약교회를 회복하려는 노력,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 세우는 삶에 헌신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목자․목녀가 되는 것, 국제 가정교회 사역원의 사역에 동참하는 것은 꼭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은 본질이 아니라 그저 명칭이고 방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목자․목녀라는 이름으로 섬기지 않아도 제자의 삶을 사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국제 가정교회 사역원의 사역에 동참하지 않고서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성경적인 교회, 신약교회를 세워 가는 목사님들과 교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제가정교회 사역원의 사역에 공식적으로 동참하고 싶지만, 죽고 사는 일도 아닌데 싸우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들의 동의와 허락아래 한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입니다. 당회의 논의를 거쳐서 성동님 여러분들께 공식적인 결의를 요청드릴 때, 기도 가운데 신중하게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일이 제 뜻대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