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오후 제 아내가 사무실에 와서는 차가 방전이 되었으니 점프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어디 가시려고?” 물었더니 수요 낮 예배 못 나오신 두 권사님 심방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의 부담이 생긴답니다.
몸도 피곤하고, 일도 바쁘고, 차 점프하러 나가기도 싫고, 그렇지만 함께 심방 갈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없고 그래서, “그냥 심방 가는 길이니까 교회 밴을 가지고 가세요.”라고 말했습니다.
한참 일을 하다가 제가 차를 꼭 써야 할 일이 생겨서 아내가 타는 빨간색 Jeep를 점프해서 끌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의 13년간의 미국 생활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차이고, 이미 31만 마일이나 탄 차여서 교회와 집을 오가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굴러 다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소중한 차입니다.
그런데, 날은 깜깜해 졌는데 차량계기판의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운전하기가 힘들기도 하고 위험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지나가던 차가 저를 향해서 빵빵거렸는데 영문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한 친절한 아저씨가 창문을 내리라고 손으로 싸인을 합니다. 파워윈도우가 아니어서 조수석 창문은 내릴 수가 없어 그런 형편을 손으로 싸인을 하면서 운전석 창문을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이 분이 큰 소리로 브레이크 등이 불이 나가서 위험하니 점검하고 수리를 하라고 말을 하고 떠납니다. ‘정말 위험한 상태로구나’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차가 방전되어 비 오는 밤에 아내가 이 차를 가지고 심방가지 않은 것에 하나님께 정말 감사했고, 또 한편으로 아내가 그리고 민애와 희민이도 지금까지 이런 차를 끌고 다녔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이제 쓸만한 차를 한 대 구입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계속해서 생겼습니다. 저는 교회 밴을 늘 타고 다니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 아내는 지금까지 남에게 그저 주기에도 미안한 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불평 한 번, 아쉬운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차를 바꿔줘야겠다고 다시 마음에 결심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밤, 아내가 저에게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누가 차를 한대 사 주시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 “....” “내일 새벽에 기도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어요” “....” 그리고, 저는 예결산 당회에, 주일 준비에, 산호세지역교회협의회 일까지 겹쳐서 차에 대한 생각과 기도는 해 보지도 못했는데, 차를 보고 있다는 Text가 오고 그리고, 오후 늦게 2012년 식 Honda Civic을 끌고 교회로 왔습니다. 그 분께서 3년 간 리즈를 해 주셨다고 합니다.
제 마음이 약간 복잡합니다. 새 차가 생겨서 기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미국생활 13년 만에 그래도 차다운 차를 한 번 타보게 된 것은 참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형편과 아내의 형편을 아시고 가장 필요한 때에 가장 필요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도님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제 아내를 너무 부러워 마시고, 축하해 주시고 함께 기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통로로 해서 주신 것인데, 누가 사주었을까 궁금해 하며 추측하거나 수군거리지 말아 주시고, 또 서로 불편하게 묻지도 말아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혹시 제 아내가 너무 부러워서 약간 배가 아파오려는 낌새가 보이시거든 주저하지 마시고, 남편이 목사님 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