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주간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세 번의 주일, 세 번의 수요 낮 예배 설교를 쉬고, 새벽예배도 3주간이나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담임목사가 꽤 긴 시간 교회를 비웠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는 장로님들과 부목사님, 목자님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더 재미있게 담임목사 없는 기간을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제가 섭섭해 할까봐 티 나게 말씀하지는 않으셨지만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잘 들어보면, 이 기간 동안 부목사님들의 설교와 목자님들의 간증 설교를 통해서 담임목사가 있었다면 결코 누리지 못했을 특별한 은혜가 있었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온영락교회는 제가 없어도 되는 교회임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이럴 때 저는 섭섭해 해야 할까요? 불안해해야 할까요? 아니면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까요?
내 마음이라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제 마음속에 섭섭함이 아니라 기쁨과 감사가 솟아남이 참 다행스럽습니다. 교회는 “주님”의 몸입니다. 담임목사의 빈자리가 크게 드러났더라면 제가 주님의 자리에 앉았다는 뜻이고, 제가 목회를 잘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기준 목사님과 엄해용 목사님은 이미 지금도 저보다 더 실력 있고 탁월한 사역자들이지만 하나님께서 주님의 교회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귀하고 능력 있는 종들로 세워주시기를 기도드리고, 그렇게 하시는데 저와 우리 교회를 써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고백했던 사도요한의 고백이 우리 부목사님들을 향한 저의 진정한 고백이 되어질 때까지 제가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교회 안에서 때로 “나 없으면 안돼!!” “나 없이 잘 되나 두고 보자!!” 이런 마음을 가진 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상은 자신이 주님의 자리에 앉아서 교회의 건강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어떤 분들은 “나 없으면 안되는 교회, 나 없으면 안되는 사역”을 만들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리석음을 넘어서 사악한 일입니다.
내가 교회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해서 나에게 일할 기회, 섬길 기회, 행복해질 기회, 하늘에서 상 받을 기회를 주고 계신 것입니다.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기회가 있을 때, 건강할 때, 시간을 만들 수 있을 때 감사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일할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서는 “당신 없으면 안되요!”라는 말이 종종 들려지기를 바랍니다. 능력이나 실력이나 기능 때문이 아니라 가족이기 때문에, 관계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오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사랑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기 마련입니다.
옆집 아빠가 우리 아빠 보다 돈을 더 잘 번다고 아버지를 바꾸겠습니까? 옆집 엄마가 우리 엄마보다 더 세련되었다고 엄마를 바꾸겠습니까? 엄마와 아빠는 실력이나 기능 때문이 아니라 관계 때문에 소중한 존재입니다. 우리 교회는 “가족됨”과 “따뜻함”이 표지가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 우리 주님의 말씀입니다. (요한복음 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