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려서부터 예체능에 대한 열등감이 심한 편이었습니다. 노래와 운동과 관련해서 저는 어린 시절 가슴 아픈 기억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한 반씩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360명쯤 되었던 아담한 시골 학교였고, 일년에 한 차례씩 학년별 합창대회가 있었습니다.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풍금 연주에 맞추어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워낙 제대로 음정을 맞추지 못하니까, 선생님께서 너는 노래가 안되니 지휘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칠판에다 삼각형 하나 그려놓으시고는 사분의 삼박자를 간단하게 지휘하는 법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마저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자, 화가 나신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 모든 친구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노래도 못하면서 이것도 제대로 못하냐고 신경질을 내면서 제 뺨을 한대 후려치셨습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당시 한국의 교실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사건 이전에도 제가 노래를 제대로 못했던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이 사건이 제가 음악에 대한 두려움과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연이 있었겠지!!” 하며 그 선생님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때 임신 중이셨거든요 ~~~
저는 체육을 포함하여 몸으로 하는 놀이에도 참 재주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자치기나 축구 야구 같은 게임을 할 때, 양 팀 대장이 먼저 정해지고 그 둘이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원하는 사람을 한명씩 데려갔습니다. 저는 언제나 제일 마지막에 팀에 편성되었고 게임 중에는 ‘너 도대체 어느 편이야?’ 라는 투의 핀잔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운동 경기를 포함해서 승패가 달린 게임에 참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운동경기 중에 탁구와 볼링을 조금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제가 핀잔은 듣지 않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평균 실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우리 교회에 부임했을 때는 탁구대를 접고 펴고 탁구 분위기를 잡는 사람이 언제나 저였습니다. 작은 교회에 할 일은 많고 모든 성도님들이 다 각자의 이중 삼중의 역할을 하느라 노는 것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와중에 우리 교회에 탁구를 즐기는 분들이 한 분 한 분 늘어서 이제는 제가 탁구대를 펴지 않아도 될 때가 더 많고, 어제 교회간 친선 탁구대회에는 우리 교회에서 12명의 선수가 두 팀으로 나눠서 출전을 했습니다. 작년에도 두 팀이 나갔지만 두 팀의 실력차가 크게 나서 A팀은 본선에 진출했지만 B팀은 거의 전패의 수모를 당했는데, 금년에는 실력이 엇비슷해서 두 팀 모두 예선전을 통과해서 본선에 진출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서로의 성품을 좀 알 수 있습니다. 승패가 달린 긴장된 순간에 본래 모습이 감추어지지 않고 솟아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 제가 게임을 하다가 조금, 아주 조금(^_^) 성질을 부려서 스스로에게 무척 부끄러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시온영락 B팀이 거의 8강 진출의 코앞까지 갔는데 저의 그 성질 때문에 아쉽게도 다 이긴 게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게임을 하다가 점수에 대한 실갱이가 생기면 기분이 확 상해서 게임 자체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어제 상대팀이 점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억지를 부리는 것에 제 마음이 상해 버려 평정심을 잃고 게임의 마지막 부분에 난조를 보인 것입니다. 저 자신을 좀 더 깊이 성찰해 보며 내년에는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도 즐거웠던 탁구대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