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회에서 결의한 처음 계획대로라면 작년 이맘때에 우리 교회에서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를 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한해가 늦추어졌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2년에 한 번씩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봄 컨퍼런스 후에 갖게 되는 국제가정교회 사역원 이사 수련회도 우리 교회에서 함께 섬기게 되었습니다. 내 뜻이 막힐 때는 하나님의 뜻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교회와 같은 작은 교회에서는 컨퍼런스만 섬기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이사 수련회까지 겹쳐지는 것은 다소 무리가 되는 상황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상황임을 믿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기쁘게 섬겼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신 시온영락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섬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국제가정교회 사역원 이사 수련회에 불가불 동행하면서 저는 최영기 목사님을 포함하여 국제 가정교회 사역원의 리더십들에 대해서 깊은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음 단계를 위해서 하나님께서 저를 다듬어 가시는 손길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그리고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략하게 제가 받은 은혜를 나눕니다.
국제 가정교회 사역원 이사 수련회는 크게 여행과 Book Study 두 부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관광”에 있지 않습니다.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 더 친해지고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각 사람의 숨길 수 없는 진짜 모습이 드러나고 그 가운데서 서로 보고배우는 예수님의 제자훈련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여행에는 아쉽게 생각할 점이 적지 않았습니다. 참가한 숫자는 26명인데 56인승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비용도 더 들었을 뿐만 아니라 버스 크기의 제한 때문에 정말 유명한 곳은 구경조차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어렵게 미국까지 오신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요세미티 근처 수양관을 이용했으면 차량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훨씬 짧았을 텐데 여러 목사님들이 입술이 터진 피곤한 상황 속에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습니다. 거기다가 여러 가지로 미숙한 버스운전사가 배정이 되어 속이 터지도록 답답한 상황이 계속 펼쳐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진 것이 저의 책임은 아니지만, 그러나 저의 책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좀 더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했더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일을 주도적으로 해서 결국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계속해서 소극적으로 관여했고, 그래서 저 자신과 많은 분들이 함께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몇 차례 저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부끄러운 저의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행에 함께한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은 아무도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버스 안에서의 긴 시간을 기회로 삼아 최영기 목사님의 주도로 각자가 인생에서 가장 추웠던 시기를 함께 나누면서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미숙한 버스 운전사를 배려하고 챙겨주고 사랑으로 대하면서 하나님의 사람다운 면모를 보여 주셨습니다. 저에게도 계속해서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셔서 한편으로 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고, 또 한편으로 저를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저의 신뢰가 자라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배움이 있었다면 “미니 밴”과 “버스”는 전혀 다른 세계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승객 숫자의 차이와 크기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주차비도, 국립공원 입장료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차이가 났습니다. 화장실 한 번 다녀오는 것도 큰 일이 되었습니다. 한번 길을 잘못 들면 유턴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긴장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버스 운전사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경우 승객이 얼마나 고통을 당할 수 있는 지 깊이 느꼈습니다. 우리교회가 15인승 밴의 단계를 넘어 버스의 단계에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 주시며, 저에게 말씀하시고 저를 준비시켜 주시는 은혜의 시간이 되었습니다.(Book Study에 대한 부분은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