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2016년 결산과 2017년 예산 공동의회를 은혜 가운데 마쳤습니다. 2017년 예산에는 저의 퇴직 전별금 항목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와 관련된 새 예산의 편성과 논의의 과정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12월 제직회에서는 금년 예산을 작년과 동일한 43만불로 책정하였는데, 두 장로님께서 저의 퇴직전별금을 7만불로 책정하면서, 예산 총액을 46만불로 인상하여 새예산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예산안이었지만, 그렇게 준비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건축재정에는 손을 대지 않고, 건축재정은 오직 건축을 위해서만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이해합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 우리교회가 수년 동안 교회 운영을 위해서 건축헌금을 상당부분 일반재정으로 차입하여 사용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성도님들이 건축을 위해서 드린 헌금을 교회 운영을 위해서 전용하는 것은 교회가 성도님들과의 신뢰를 깨는 것이라 생각 했고, 건축재정을 일체 차용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교회적으로도 최선을 다해 긴축재정 운영을 하였고, 저 또한 한동안 의료보험을 들지 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교회와 저의 이런 노력을 기쁘게 여겨 복을 주셨고, 제가 부임한 이후로 건축재정을 차입하지 않아도 되도록 지금까지 은혜로 지켜주셨습니다. 이번에 예산 편성하는 과정에서 장로님들께서 저보다 더 철저하게 건축재정을 전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사하고 감격하며, 안심도 됩니다.
담임목사님의 퇴직전별금은 건강한 교회는 매년 담임목사님의 1개월 사례비 (주택비포함) 혹은 1년 사례비의 1/10을 적립하여 미리 준비하고, 거기에 교회 형편껏 보너스를 더하여 드립니다. 그러나 재정 형편이 어려운 작은 교회일수록 사례비도 충분히 드리지 못하고, 퇴직금까지 적립하는 것은 상상 자체를 못합니다. 퇴직금을 미리 적립하지 못한 경우에는 퇴직하는 해의 한 달 사례비나 혹은 1년 사례비의 1/10에 시무 년 수를 곱하여, 퇴직 전별금의 기준을 삼습니다.
목사님께 퇴직전별금을 드리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회 목사님들이 사례비로 생활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과 한인 교회들은 교단 차원에서의 배려도 없다는 점, 교회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나마 퇴직금 자체를 기대할 수도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기준으로 저의 퇴직전별금을 산정하였던, 7년6개월을 시무하고 떠나는 저에게 우리 교회 규모에서 7만불이나 책정해 주신 것은 이미 충분히 넘치도록 저를 예우해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의회 석상에서 만불을 추가하여 8만불로 인상 책정하고, 이를 위해서 예산총액을 47만불로 인상하여 가결해 주신 것은 저로서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분에 넘치는 예우였습니다. 또한 어려운 형편 가운데 계신 시온영락 가족여러분들께는 죄송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을 기쁘게 수용한 것은 시온영락교회에 인색함보다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풍성함과 따뜻함이 늘 흘러서, 하나님의 축복의 문이 더 활짝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고, 그래서 공동의회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아내와 상의하여 우선 3만불을 십일조와 감사헌금으로 시온영락교회에 드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예산 원안대로 7만불로 결정해 주셨다면, 아마도 우선 2만불 헌금하기로 하였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교회에도 실제 결과는 꼭 같은데, 여러분은 저에게 더 많은 것을 넉넉하게 베풀어 주셨고, 저는 하나님께 더 풍성하게 헌금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돌고 돌아 더 풍성하게 사랑이 흘렀습니다.
제 마음에는 더 넉넉하게 헌금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러나 5만불에서 30% 정도의 세금을 공제하면 3만5천불 정도가 남는데, 저와 저의 가족에게 꼭 필요한 지출이 있어서 더 넉넉하게 헌금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2만불 들고 와서 시작한 미국 이민생활을 17년만에 마무리하고 빈손으로 떠나지만, 하나님 은혜로 딸과 아들 미국에서 교육 잘 시키게 해 주셨고, 지금까지 두 아이들에게 등록금 한 번 보태준 적 없고,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다른 도움을 주기 쉽지 않을 텐데, 아들에게는 차 한 대를 남기고(캠리를 Pay-off 한 후 아들에게 선물하려 합니다.), 딸에게는 대학원 첫 입학금의 일부라도 도와주고 떠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