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주일 새벽 3시, 김태범 목사님 시무하시는 대구 삼덕교회 만남 수양회를 마치고 저희 부부가 묵고 있는 서울의 숙소, 장신대 선교관에 방금 도착했습니다. 이대로 잠들어 버리면 주보 인쇄전에 목회편지를 못 보낼 것 같아 책상에 앉았습니다. 지난 한 주간을 되돌아 봅니다.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여러 축복된 만남의 시간들이 마음 속에 펼쳐 집니다.
오는 화요일에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간단한 눈수술을 받습니다. 부분마취로 수술이 진행되고, 제 발로 걸어서 병원에 갔다가 제발로 걸어서 나오는 비교적 간단한 “익상편" 수술입니다. 유전적으로 자외선에 약한 사람에게 주로 발병하는 익상편은 아주 간단한 수술이지만 재발가능성이 매우 높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30~50%). 수술 잘 되고, 재발이 없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999년, 제가 신학대학원 재학시절 함께 인도네시아 단기선교를 간 계기로 만나게 되어 지금까지 저와 저희 가족을 위해서 한결같이 기도해 주시는 김화옥 목사님 부부와 만나 교제한 시간 또한 길게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목사님은 50대에 늦게 신학교에 입학하셨는데, 경기도 광주 직리에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들어가신 전도사님 한 분이 여러해를 수고하고 섬겼지만 너무나 척박한 상황에 동네 사람들 앞에서 분신자살을 해 버리는 사건이 생겨서 그 지역에 복음의 문이 더 굳게 닫혀 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 동네에 교회를 개척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무도 교회를 개척할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하던 바로 그 곳에 교회를 세우고, 동네 중심에 아름다운 예배당까지 건축한 후 멋지게 은퇴하시고, 은퇴 후에는 즉시 제주도의 중증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셔서 3년 6개월을 그들과 함께 사시고, 지금은 중보기도와 전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계시는 삶. 저는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할 헌신과 기도와 섬김, 그리고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의 이야기들을 사모님으로 부터 전해 들으면서 저 자신의 부족함과 제 안에 여전히 도사리고 남아 있는 탐욕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칠십대 중반의 연세에 일주일에 3일 어린이 집에서 일하셔서 20만원을 버시는 사모님께서 저와 제 아내 저녁 식사 대접에 15만원이나 지출하시고서도(제가 몰래 먼저 계산을 끝냈는데 그것을 번복 시키고 기어코 당신께서 내셨습니다.)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격없는 자에게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풍성함을 제 가슴에 담게 됩니다.
렘브란트의 그림 한장 “탕자의 귀향"을 걸어 놓고 그 그림을 감상하며 진행된 2박 3일의 대구 삼덕교회 제22회 만남수양회를 참석하면서 저는 제 발을 사랑하게 되었고, 저 자신과 저 자신의 인생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철든 이후로 제 발을 부끄러워해 왔습니다. 심한 무좀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좀에 걸린 작은 발이지만 저의 발은 지금까지 그 역할을 성실하게 묵묵히 잘 수행해 왔습니다. 그 엄청난 수고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발을 천대해 왔습니다.
저 자신과 제 인생에 대한 저의 태도도 다르지 않았음을 하나님께서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약점도 많고, 죄도 많고, 부족함도 많은 저 자신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참 열심히 살아왔고, 제 역할도 남부럽지 않게 해 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저의 약점과 죄가 크게 보였고 그래서 저는 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고, 제대로 대우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피하고 숨는 것이 저에게는 더 편하고 좋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가 상상도 하지 못한 사랑과 섬김과 대접을 받게 하시면서 저를 향한 하나님 당신의 사랑의 크기와 넓이를 보여 주고 계십니다. 익숙하지 않지만 사랑을 받고 누리기 그리고 주님께서 기회를 주실 때 숨지 않고 순종하기를 계속해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가장 천대받는 이웃은 많은 경우에 자기 자신입니다.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이웃은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장점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의 약점을, 부족함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은 하나님과 자기 자신이 사랑해 주지 않으면 그 누구로 부터도 사랑을 받을 수 없습니다."(김태범 목사님 강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