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출석 장년 100여명 정도 되는 아담한 교회인데 작년에 9가정이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우리 교회를 떠났고, 금년에도 이번 주 중에 뉴욕 알바니로 이주를 하시는 최진훈 형제님까지 일곱 가정이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교회가 위축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니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떤 이유로 교회를 떠나시던 헤어짐은 아쉽고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도님 여러분들께도 그렇겠지만, 담임목사가 느끼는 아쉬움과 섭섭함은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이사를 가서 헤어져도 섭섭한데 하물며 같은 지역에 사는데 마음이 상해서 다른 교회로 옮긴다는 것은 떠나는 분에게도, 보내는 여러분에게도 큰 아픔이겠지만, 담임목사인 저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어떤 분이 같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교회를 옮긴다는 것은 많은 경우에 담임목사님과의 관계에 그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특히 죄인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교회를 옮겨버리고 싶은 생각이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담임목사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웬만한 어려움은 그냥 참고 견디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것은 다 좋아도 담임목사님과 갈등이 있거나 코드가 맞지 않을 경우에는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성도님 여러분들 가운데 누구와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나름 노력해왔고, 특별히 장로님들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왔습니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당신 뜻대로 합시다.” 스스로에게 말하며 갈등을 피해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은혜로 우리 교회 성도님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성도님들이 원하시는 것도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방향을 원하는 분도 계시고, 저런 방향을 선호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물론 제가 더 좋아하는 방향이 있지만, 저에게는 이쪽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저쪽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최선 보다는 한마음입니다. 그래서 제가 방향을 선명하게 잡지 않으니 사역의 당사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그러한 갈등의 궁극적인 책임은 결국 담임목사인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성도님 한 분 한 분을 아끼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개입을 자제하지만, 어떤 분은 제가 비겁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제가 다른 사람 뒤에 숨어서 다른 사람 힘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펼쳐 간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람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어떤 분은 제가 무책임하게 갈등을 조장하고 방치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지적이 충분히 일리가 있고 말이 되는 비판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온영락 가족여러분, 제가 교회와 여러분을 사랑해서 갈등의 당사자가 되지 않기를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고, 비겁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 저의 진실일까요? 저는 누구에게도 어느 한쪽의 100%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옛속성과 새속성, 두 마음이 싸우고 있고, 그래서 저와 여러분은 그 가운데서 선택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지요.
틀림없이 저에게는 비겁함이 있습니다. 물론 교회와 성도님 여러분들을 위해서 갈등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또한 수고는 수고대로 하고 비난은 비난대로 받는 것을 피하려는 마음도 섞여있습니다. 거기에 저의 열등감이 버튼이 되어 한몫을 더합니다. 그래서 불편한 상황이 예측되면 미리 도망치고 물러선 적도 있습니다. 저의 이런 문제를 오랫동안 다루어 오신 하나님께서 지금 이 영역에서 조금 더 성장하기를 원하심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큰 갈등을 불러오지 않도록 작은 갈등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순종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인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선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고는 수고대로하고 책임은 책임대로 져야하는 스트레스가 싫어서 피해왔던 일에도 주님께서 원하시면 순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집회 강사로 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교인 가족 수양회도 강사를 청하지 않고 제가 직접 섬기고, 두 형제 교회의 집회 요청도 거절하지 않고 수락하였습니다. 제가 하나님께 더 유용한 목사로 성장해 가도록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