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휴스턴 서울교회에서 1부 예배 설교를 마친 후 여러 성도님들이 강사대기실로 찾아오셔서 인사를 나눠주셨습니다. 모두 “목사님 ~” 깍듯이 저를 부르며 찾아 오셨는데, “정일아~” 이름을 부르며 찾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목사님이 된 후로는 참 오랜만에 겪는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저의 대학교 동기 가운데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져 궁금해 하며 찾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얼마나 놀랍고 반갑던지.... 제가 지난 2009년 휴스턴 서울교회를 다녀왔는데, 2010년부터 직장관계로 캐나다에서 휴스턴으로 이주하여 서울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주일에는 2부, 3부, 창립기념 집사안수 예배 설교까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긴 대화를 할 수 없었고, 그 이후에도 저의 빡빡한 연수일정과 친구의 직장사정 때문에 조금 전 목요일 저녁에야 두 부부가 함께 만나 교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동기들은 거의 대부분 술자리나 골프모임으로 만나고, 대화 내용도 워낙 거리가 있어서 모임에 함께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관계와 통로를 닫아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감 가운데 관심은 늘 가지고 있으나 선뜻 동기들을 찾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복음 안에서 친구를 만나 교제하면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선교단체를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면서 아쉽게도 동기들과의 관계가 다소 소원해 지게 되었습니다. 휴스턴의 이 친구는 대학교 3학년 때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동기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기들과의 관계가 다소 끊어져 있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과거에는 신앙생활에 집중하기 위해서 불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헌신”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름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복음에 열정을 갖게 된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아쉽습니다. 관계를 통해서 복음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해지는데, 그 통로가 막혀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두 부부가 함께 앉아서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면서 근황도 점검해 보았고, 그리고 친구들 가운데 누가 예수님을 만난 사람인지도 점검해 보았습니다. 우리 가운데 특별히 주님께 헌신되었던 친구를 카톡으로 연결하여 서로 안부를 전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동기들 가운데 예수님 믿는 친구들의 교제가 형성되고, 나머지 동기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지기를 간절히 기도해 보게 됩니다.
헤어질 시간을 앞두고 그 친구가 먼저 저희 가정의 기도제목을 물었습니다. 그런 건 목사가 먼저 물어 보아야 하는데, 한편으로 약간 멋쩍고 또 한 편으로는 참 감사했습니다. 많은 연단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을 깊이 만났고, 그 하나님을 기대고 의지하는 친구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서로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세상은 참 넓고도 좁습니다. 언제나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날지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주님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부끄러운 만남이 아니라 행복한 만남이 되도록 늘 자신을 살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