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주간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박상근 목사 시무)에서 열린 제52회 서북노회 정기노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번노회에서는 노회분립을 결의하였습니다. 노회에서 분립이 결의되었다 하더라도 총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고, 이번 5월 총회에서 노회 분립이 허락될 경우 금년 9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애틀 지역에서 모이고, 내년부터는 따로 노회를 갖게 됩니다.
노회분립 안건은 작년 3월 우리교회 당회에서 논의, 결의하여 올린 것입니다. 우리 노회가 관할하는 지역이 와싱톤주, 오레곤주, 북네바다, 북캘리포니아 네 개 주에 걸쳐서 있어서, 지금까지 불가피하게 1박 2일로 모임을 가졌고, 이에 따라 호텔비와 항공료 등 부대비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생업을 가진 장로님들은 노회 참석하기 위해서 너무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1년간의 연구기간을 거쳤고, 노회석상에서도 다양한 찬반 의견을 거쳐서 표결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노회분립은 출석 목사님회원의 2/3, 출석 장로님 회원의 2/3가 각각 찬성해 주어야 결정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표결결과 목사님 회원 출석 19명중 13명이(1명 기권), 장로님 회원 출석 16명 중 15명이 찬성하여 분립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저는 장로님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찬성이 너무나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찬반 토의가 이뤄지는 동안 장로님들은 거의 발언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표결에 들어갔을 때는 장로님들이 무엇을 원하시는 지 확실하게 보여주셨습니다.
첫째로 저는 지금까지 장로님들이 교회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노회를 위해서도 많은 희생을 치러오셨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둘째로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의견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이 무엇인지 민감해야 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쪽 와싱톤주와 오레곤주가 서북노회라는 이름을 그대로 갖고, 남쪽 북캘리포니아와 북네바다가 다른 이름을 짓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노회 역사는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결의하였습니다.
재미없지요?
도대체 왜 목사님이 이렇게 여러분들의 신앙생활과는 거의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노회에 최선을 다해 참석하며, 또 노회 이야기를 시시콜콜 들려주는가하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것은 “권위”가 어디에 있는가하는 문제이며 또한 “신뢰성”의 문제입니다.
우리 교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은 공동의회입니다. 회원교인 전체가 모이는 공동의회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일들을 최종 결정합니다. 장로님을 포함한 직분자들을 선출하고, 교회의 부동산 매매나 예산과 결산도 공동의회가 최종적인 권한을 갖습니다. 어느 교단에 속할 것인가 교단의 가입과 탈퇴도 공동의회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의회가 어느 한 교단에 가입하기로 결정하여 가입하였다면, 그 교단총회의 신조와 헌법에도 동의하는 것이며, 그것을 지킬 의무를 동시에 갖게 되는 것입니다. 성도님 개개인이 내가 어느 교회에 출석할 것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지만, 한 교회에 출석하기로 결정하였을 때에는 그 공동체의 문화와 결정과 리더십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동의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저는 노회 참여나, 노회의 행정적인 일을 좋아하지도 않고 재미를 크게 느끼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노회를 통한 결정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순종하고, 노회에 참석하기를 힘쓰고 있는 것은, 우리 교회 성도님들인 여러분들 또한 우리 교회에서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으로 알고 순종하고, 또 힘써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지 않는 것을 여러분들께 요구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혹시 그런 느낌이 드는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