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희민이의 졸업식 참석을 위해서 저로서는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항공료, 자동차 렌트, 숙박비, 식사 비용, 선물비…. , 거기다 주일을 포함하여 일주일 이상 교회를 비우면서 성도님 여러분들께 미안한 마음까지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락하신 은총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마음을 주셨고, 하나님께서는 넘치도록 풍성하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희민이가 프린스턴에서 4년 내내 활동했던 “만나”라는 크리스챤 단체의 토요정기모임에 참석해서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펠로우십을 지도하고 있는 요엘 간사님이 졸업생들을 향해서 세상 한 가운데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한 세 가지 조언을 하면서, 그 중의 하나로 에벤에셀 즉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기억할 수 있도록 기념비를 세우라 말씀해 주셨는데, 저에게는 프린스턴 졸업식 참석 자체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기념비가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제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목회자의 삶에 헌신하면서 가졌던 가장 큰 염려가 경제적으로 궁핍해서 민애와 희민이에게 충분한 교육기회를 주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져 주셨을 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 최고의 졸업식에 참석하는 기쁨도 선물해 주셨습니다.
이번이 제269회째가 되는 프린스턴 졸업식은 정말 대단하고 특별했습니다. 우선, 졸업식을 앞두고 졸업생들의 동창회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열렸습니다. 수많은 졸업생들이 손자 손녀들을 데리고, 아들 딸들을 데리고 학교로 돌아와서 잔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치 천국잔치의 모형 같았습니다. 동창회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는 각 기수별로 할아버지 할머니 동문들로부터 이번에 졸업하는 막내까지 즐겁고 흥겨운 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불꽃놀이 축제로 동창회를 마무리하면서, 이어질 졸업식의 전야제를 갖는 것입니다.
졸업식은 주일부터 펼쳐집니다. 주일 오전에는 특별한 모임이 없습니다. 각자 주일예배를 드리는 시간입니다. 주일 오후에 전체 졸업생들이 모여 예배의 형식을 갖추어 갖는 졸업식인 배클로리에이트가 진행됩니다. 원래는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예배였을 것 같은데, 이제는 힌두교 경전, 이슬람교 경전의 문구도 성경 말씀과 더불어 낭송되고, 기도와 축도도 신적인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이교적인 행사가 되어 버려서, 제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주일 밤에는 프롬파티가 열렸습니다. 저는 잠간 참석하고 숙소로 돌아갔지만, 제 평생에 처음 참석해 보는 프롬파티였습니다.
월요일에는 클래스 데이라는 이름의 학생들 끼리의 졸업식이 실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축하객들은 영상을 통해서 참관할 수 있습니다. 이 클래스 데이 졸업식 후에는 모든 학생들과 축하객 전원에게 학교에서 준비한 도시락이 점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과별 클래스 데이와 단과대학별 클래스 데이가 이어졌습니다.
이 클래스 데이 졸업식에는 졸업 30년 된 동문중의 한 사람이 연설을 하는 순서와 명예 동기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2016년 졸업생들의 명예 동기가 되었는데, 특히 학교 식당에서 학생들의 식사를 위해서 수고한 분들 중의 한 분, 학교 청소와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분들 중의 한 분을 뽑아서 지난 4년간 그분들의 수고와 섬김을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명예동기로 받아들이고 동기 자켓을 선물하는 시간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흔히 졸업식이라고 부르는 커멘스먼트는 화요일 마지막 날 펼쳐졌습니다. 학위수여식입니다. 식 중에 졸업생 중 전체 차석을 한 학생이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연설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이 학생이 내 자식은 아니지만 “만나”에서 활동하는 크리스챤이면서 한국인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라틴어로 연설을 했기 때문에 거의 알아 듣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 가운데서 더러 중간 중간 폭소를 터뜨리며 웃기도하여 제 마음 속에서는 한편으로 통쾌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사람들은 이민자들이 언어로 인해서 겪는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은데, 그들이 라틴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느끼는 위축감과 당혹스러움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겸손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실제로 그런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졸업식을 시작하면서 먼저 학부모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하고 감사의 박수를 쳐 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과별 클래스 데이 때도 졸업생들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 부모님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청해서 전체 기념사진을 따로 찍어 주었는데, 부모를 공경하는 크리스챤 정신이 곳곳에 배여 있음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화요일 저녁 졸업식의 모든 이벤트를 마치고 우리 가족만의 식사자리에 한 졸업생을 초대했습니다. 원래 이 학생의 가족이 모두 졸업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졸업식을 앞두고 2주전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셔서 아무도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그 학생을 축하해 주고, 위로하고, 기도해 주면서, 자식이 프린스턴을 졸업하게 되었고, 시간도 있고, 돈도 있어도 이런 축복을 누릴 수 없을 수도 있구나…. 순간 순간 주님의 은혜로 사는 것이며, 주님의 은혜로 누리는 것이구나 더 깊이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시온영락가족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민애와 희민에게도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자기 졸업식에 참석해 주어서 고맙다고 희민이가 저에게 말했는데, 저는 희민이에게, 이렇게 행복한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 준 너에게 더 고맙다고 저의 진심을 여러 번 말해 주었습니다. 주님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