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보낸 시간들입니다.(약간 멋적은 데요.) 미국에서 큰 갈등없이 행복하게 지내온 것은 저와 제 아내가 성숙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좋은 환경 속에 살게 하신 하나님의 은총 때문이었음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이번에 한국에 머물면서 좀 더 선명하게 저희 부부관계가 이해가 되어진 것 같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제 아내는 여러가지 면에서 결혼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여성이었지만, 제가 결혼한 숨겨진 동기 가운데 하나가 "어머님께 잘할 것 같아서" 였습니다. 가족도 감당하기 어려운 어머님이기 때문에 특별히 신앙심 좋은 천사같은 아내가 필요했습니다. 제 아내로서는 힘에 지나도록 해온 것이 틀림이 없겠지만 저에게는 늘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 느낌은 전달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 아내의 마음 속에는 해도 해도 끝이 없구나하는 어떤 흔적 같은 것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번에 보니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로서는 장인 장모님을 향하여 다른 사람들 보다는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 아내에게는 저의 노력이 자신이 시어머님께 해 드린 것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랑받지 못하고 살아온 저의 어머님에 대한 연민으로, 제 아내는 사랑받지 못한 인생을 살았을 뿐만 아니라 사랑 받을 줄조차 모르는 장모님에 대한 연민으로 깊이 묶여 있음을 보게 됩니다.
결혼은 한 여성과 한 남성의 만남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는 것이 뼈저리게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저희 부부는 워낙 상처가 깊은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어서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셔서 물리적인 환경을 한국과 미국으로 갈라 놓아주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5년간 저희 부부를 많이 다듬어 주셔서 그래도 이번 휴가 기간에 이만큼이나마 부모님들을 함께 섬길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랑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이 주위에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종교인의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라 말씀해 주신 하나님의 배려와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 측면에서 저희 부부보다 훨씬 더 어려워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신앙으로 결혼생활을 지켜나가는 시온영락가족 한 분 한 분이 더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기간이었습니다.
아내가 가족 모임에 참석하고 난 뒤에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이모님 한 분이 웃으시며 농담처럼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 건강하지, 쓰고 지낼만큼 돈도 있지, 두 아이들 다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지, 아무 걱정거리 없지, 지금이 내 인생의 봄날이다..... 그런데, 인생의 봄날이 너무 지루하다."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이모님께서 하신 말씀이어서, 금수저 인생의 배부른 투정이 아니라 과거 걱정거리로 지지고 볶을 때도 나름 즐거움이 있었다는 고백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아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루함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와 여러분은 예수님 안에서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지지고 볶으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 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