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대교구장인 미국의 조셉 버나딘이란 이름을 가진 추기경이 지병인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판단하고는 몰래 비서를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자필로 쓴 한 장의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그 카드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 행복한 성탄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이번 성탄은 내게 각별하다는 느낌입니다. 이 땅에서 맞는 마지막 성탄일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다가올 세상에서 주님과 더욱 친밀히 일치될 것을 생각하면 기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 내가 본향에로 마지막 여행할 때 여러분을 마음속에 간직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우정과 친절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는 비서에게 자신이 죽고 난 후에 이 카드를 자신과 친분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부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나이 68세이었습니다. 성탄 카드는 그가 임종한 후 수 시간이 지난 후 우체국으로 보내져 세계 각처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카드를 받았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낸 그 성탄 카드에는 자필로 글을 섰고 자신을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었기 때문에 고인은 자신의 죽음을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실제로 버나딘 추기경의 비서 겸 운전기사인 벨로 몬시뇰에 따르면, 고인은 이미 2개월 전인 9월에 이미 자신의 장례식 준비를 마쳤습니다. 버나딘 추기경은 당시 로마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기 안에서 벨로 몬시뇰에게 장례식 계획표를 보여주었고 몬시뇰은 그 계획표에 자신이 강론자로 배정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울음을 터뜨리자 “괜찮다네, 나 자신도 울었으니까.” 하고 위로했다고 합니다.
그를 조문하기 위해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장례식 다음날 시카고 트리뷴 지는 장례식 강론을 했던 벨로 몬시뇰의 말을 인용, 1면 기사의 제목을 ‘추기경, 고향으로 돌아가다’라고 달아 죽음에 대한 고인이 갖고 있던 자세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진실이기 때문에 아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사람들은 남이 죽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버나딘 추기경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죽음을 준비했습니다. 그는 죽음이 모든 것의 마지막이 아니라 영원한 생멸의 시작이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교회는 지난주에 박경서 장로님을 천국으로 보내드렸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신앙을 지키며 걸어오셨던 그 분의 모습이, 마지막까지 천국에 대한 소망을 잃지 않으며 자녀들에게 그 빛난 모습을 알려주셨던 모습이, 필연적인 길이었지만 죽음 앞에 당당하셨던 장로님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 속에서 사랑을 보이고 전하려고 최선을 다했던 시온영락교회 식구들 한분 한분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장로님 때문에 행복했고, 우리 식구들 때문에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성탄주일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말씀이 새겨집니다. 우리의 완성될 구원, 영원한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들의 길을 완주하는 우리가 되어 가십시다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일이요, 그 뒤에는 심판이 있습니다. (히 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