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인 제가 4개월의 안식년 휴가를 갖는 것에 대해서 한편으로 죄송하고 또 한편으로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1년이 아니라 4개월이어서 그나마 덜 죄송합니다. 교수님이나 선교사님의 안식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목회자의 안식년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가 안식년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장로님들께서 먼저 제안하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먼저 말을 꺼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제가 안식년의 필요를 최근까지 크게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제가 필요를 느꼈다 하더라도 목회를 자기 욕심이나 채우는 통로로 오해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저의 "자존심"과 "성격"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개인적인, 가정적인 그리고 교회적인 상황 속에서 안식년 휴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제가 조금 오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안식년 휴가를 갖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그리고 교회적으로 더 유익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나님께서 미리 이렇게 예비해 주신 것이 아닌가 감사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의 안식년은 때때로 교회에 매우 힘든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누군가 주일 설교를 맡아서 섬겨 주어야 하는데, 매주일 부목사님이 설교를 하실 경우 때로 그 결과로 교회가 분열되기도 하고, 담임목사님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오히려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 감정적으로 미묘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그렇다고 설교목사를 청할 경우 교회는 추가의 재정적인 부담도 갖게 되고, 담임목사와 설교의 방향이 다를 경우 성도님들이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담임목사의 역할이 설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목양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성도님들이 꼭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해서 흩어지기도 합니다. 일주일 내내 일하고 주일도 힘써 섬기시는 평신도 사역자들이 섭섭한 마음과 배신감을 느끼며 힘이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들이 안식년 휴가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4개월이라는 비교적 긴 안식년 휴가를 가질 엄두를 낼 수 있는 것은 첫째는 장로님들과 목자․목녀님들을 신뢰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기준 목사님이 계시기 때문이고, 셋째는 제가 추구하는 목회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교회를 지키는 자가 아니고, 교회의 주인되신 예수님께서 교회를 지키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목회하는 교회의 궁극적인 소망 가운데 하나를, 물론 주님께서 허락하셔야 가능한 일이지만, 분가를 통한 교회 개척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담임목사로서 석정일 목사가 없어도 되는 교회"를 추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와 동역하는 부교역자님들이 저 보다 더 훌륭한 담임목사님으로 성장하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감당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도해왔습니다. 또한 저는 우리 교회가 형제 교회를 섬기되, 특별히 우리 지역의 형제 교회들이 하나 되는데 기여해서 하나님의 부흥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모든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또 교회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충분히 성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저의 소원들 때문에 여러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저는 지속적으로 일부러 저의 빈자리를 만들고, 성도님 여러분들이 그리고 부교역자님들이 저의 빈자리를 맡으시면서 성장할 기회를 드리려고 노력해 왔고, 일반적으로 부교역자님들께 맡기지 않는 역할까지 기꺼이 맡기는 시도를 해 왔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 저를 가장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저의 역할을 새로운 차원으로 열어 가실 것을 믿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시점이 우리 교회가 다음단계(미니밴에서 버스)로 나아가기 위해서 지금까지 저와 제 아내가 해 왔던 역할의 많은 부분들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제대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부재의 시간을 주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원래 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저의 가족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과 교회의 상황이 제가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휴식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니라 무엇인가 더 열심히 사역을 해야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해질 시점입니다. 그래서 내려놓기가 더 힘이 듭니다. 저의 4개월 안식년 휴가의 주 목적은 쉬기 위함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까지 해 왔던 익숙한 일이 아니라 다음 단계 우리 교회를 위해서 제가 더 집중해야 할 담임목사의 역할을 찾기 위해서 입니다. 저의 부재의 시간 동안 그것들이 드러날 것입니다.
저는 4개월 휴가 기간 한국에서 머물면서 "기도"에 가장 힘을 쏟을 것입니다. 초심을 가지고 기도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금 우리교회가 시험 사용하고 있는 "가정교회 360"이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닌데 이 때에 시도하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또 최선을 다해서 배우겠습니다. 돌아와서는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자리에 서서 또 열심히 그 다음단계를 바라보며 달려보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