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회와 목자목녀님을 통해서 연락 받으신 것처럼 제가 지난 12월 24일에, 당회에 2017년 3월 26일자로 사임하겠다고 사임서를 제출하였습니다. 3개월 전에 미리 사임서를 제출한 것은 후임담임목사님 선임과 부임과정에 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교회적으로 노회적으로 불필요한 혼란이 없도록 도와드리고, 저의 사임 이후에도 관계가 깨어지지 않고 더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섭섭한 마음이나 깊은 배신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당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사연이 있겠지!” 생각해 주시고, 앞으로 남아 있는 3개월간 그 섭섭한 마음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한국의 교회로 떠난다고 하니, 우리 교회를 디딤돌 삼아 한국의 더 크고 조건이 좋은 교회를 찾아서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고 떠나는 것처럼 생각하셔서 실망하고 속상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제가 새로 부임하게 될 교회는 장년출석이 평균 370명 정도 되는 아담한 교회입니다.
우리교회보다는 조금 더 규모가 있는 교회이지만, 한국에서는 그저 한 평범한 교회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교회는 한국교회의 문제가 목사님께 제공하는 사택, 차량, 활동비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여, 이 세 가지를 제공하지 않는 3무 교회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사택도, 차량도, 활동비도 없는데, 사례금도 제가 지금 받는 금액보다 더 작아서 청빙위원들이 당황해 하시고 미안해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 정확한 사례를 모릅니다. 그런데 왜 가려고 하는가?
제가 처음 시온영락교회에 부임할 때도 저는 이전교회에서 부목사로 받던 사례보다 더 적은 사례를 받고 부임했습니다. 교회의 크기나 사례금은 제가 고려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목사가 교회를 옮길 때 제일 중요한 점은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저는 이번 일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서 펼쳐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떠나서 우리 교회가 힘들어질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 저는 당연히 이런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시고, 우리교회에는 주님의 마음으로 교회를 섬기고 영혼을 섬기시는 장로님들과 목자·목녀님들이 계시고, 더군다나 저보다 더 주님을 사랑하고, 실력과 성품이 탁월한 이기준 목사님이 계셔서, 저 자신에게도 당황스러울 만큼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진행되는 중에도,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당회에서는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 가운데, 이기준 목사님을 후임 담임목사님으로 생각하고 있는 제 마음을 받아 주셔서 우선 성도님 여러분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먼저 묻고 이후의 방향을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주일에 공동의회를 갖는 것이 너무 서두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으나, 첫째, 이기준 목사님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 공동체가 잘 알고 있고 둘째, 하루라도 빨리 새 담임목사님을 결정하는 것이 새해를 맞이한 교회에 더 유익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통해서 이기준 목사님을 후임 담임목사님으로 불러주신다면, 이기준 목사님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가운데 당회가 저의 이임과 이기준 목사님의 취임일정을 조정해 나갈 것입니다. 제가 제안한 일정은 이 목사님께서 조용히 하나님과 교제하는 가운데 담임목회 구상을 할 수 있도록 우선 2개월의 휴가를 드리고(부흥회 후 즉시), 3월 중순에 저의 이임예배와 이기준 목사님의 취임예배를 갖는다면 무리가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모든 일이 제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음 주일 공동의회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청빙위원회를 구성하여 차근차근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게 될 것이고, 그 때는 담임목사님을 모시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입니다. 저는 공동의회를 통해서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뜻을 존중하는 가운데, 저의 역할을 끝까지 충성스럽게 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함께 기도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