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의 숙소인 장신대 선교관에 열흘 만에 되돌아왔습니다. 15년 전부터 한 번 뵈리라 생각했던 마산에 계신 연세 많은 권사님을 만나 뵙고(아직 살아 계셔서 감사했습니다.), 부산에서 어머님과 시간 보내면서, 가정교회 중진 목사님들과 함께하는 1박2일 세 축 다지기 세미나 참석하고, 부산 지역 가정교회 탐방하고 설교하고, 평창에서 열린 2박3일 가정교회 컨퍼런스와 이어서 진행된 1박 2일의 지역목자 수련회 참석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분주하고 피곤하며 우울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이래 행복함 속에 동시에 계속 마음 한 켠이 무거웠습니다. 한국에 도착해서부터 바벨탑 같은 세상의 크기를 보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마음이 위축되어 작고 초라해 졌습니다. 곳곳에서 거대한 교회 건물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소망 보다는 부끄러움과 좌절감이 찾아옵니다. 한동안 우울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생동감이 느껴지는 크고 작은 형제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무엇인가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교회를 섬기는 목사님들이 존경스러워집니다.
저는 크게 욕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얼마든지 멋지게 포장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 만큼 치열함이 부족합니다. 물론 제가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만족감이 찾아오면서, 치열함을 잃어버리기가 일수였습니다.세상을 향해서 뿐만 아니라 주님의 부르심 앞에서도 동일한 저의 모습을 봅니다.
이십년 쯤 전, 하나님께서 저를 목회자의 삶으로 부르실 때 당신의 마음을 아주 조금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조용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도록 만드는 부르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간에 하나님께서는 제가 그 아버지의 마음 없이 목사노릇 해 왔음을 느끼게 해 주셨고, 이 시대에 아버지의 마음을 가진 종들을 찾기 어려움을 보게 해 주셨고, 그래서 아프신 아버지의 마음을 살짝 맛보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아버지의 마음속에 머물기 싫어 빨리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요나처럼 도망치고 싶고 모른 척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후 제 입에서는 계속해서 찬송이 흥얼거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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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소서 주님 나의 마음을
선한 것 하나 없습니다.
그러나 내 모든 것 주께 드립니다.
사랑으로 안으시고 날 새롭게 하소서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 내 아버지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
나를 향하신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
내게 사랑을 가르치소서
당신의 마음으로 용서하게 하소서
주의 성령 내게 채우사
주의 길 가게 하소서 주님
당신 마음 주소서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 내 아버지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
나를 향하신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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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겉 사람의 소원과 저의 속사람의 소원은 너무나 다릅니다.
저는 주님의 마음을 피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마음이 아프게 느껴져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분주함을 내려놓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하겠지요?!
저를 향한 주님 마음....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향한 주님 마음...
이 시대를 향한, 이 세상을 향한 주님 마음...
주님의 그 마음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