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목사 시절부터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왔습니다. 시온영락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한 후 처음 참석한 목회자 컨퍼런스가 포도원교회에서 섬긴 컨퍼런스였습니다. 그 때 저는 포도원교회와 정영민 목사님을 저의 목회의 모델로 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의 1기 사역이 마무리될 즈음 포도원교회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컨퍼런스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시온영락가족 여러분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담임목사로서 제2기 사역을 시작하는 금년 봄 컨퍼런스가 포도원교회에서 섬기는 두 번째 컨퍼런스가 되었습니다. 정말 행복했고, 저는 저의 다음 6년을 위한 모델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고 탁월했습니다. 그러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연스럽고 따뜻하고 물 흐르듯 편안했습니다. 강하면서 부드러운 교회, 강하면서 부드러운 담임목사님을 목격하는 것.... 정말 행복했습니다.
정영민 목사님은 사례발표를 하면서 부흥운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셨던 은사 교수님의 통찰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부흥은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는데, 그 사람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부흥운동이 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돌아가는 기계로 변하고, 마침내 기념비처럼 역사적 사건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입니다.(a Man -> People -> Movement -> Machine -> Monument)
기계(Machine)의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힘들이지 않고 술술 돌아갑니다. 그러나 미지근하고 차갑습니다. 성령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익숙해진 원칙이 성령님의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냄새나는 원칙, 유연성을 잃지 않는 원칙, 성령님께서 역사하실 공간은 남겨놓는 원칙, 성령님보다 아래에 있는 원칙.... 이것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생명 없는 화석화된 기념비로, ‘아 그 때는 그랬었지 ~~~’ 추억속의 사건으로 끝나버리고 만다는 것이지요.
이번 컨퍼런스에서 저에게 가장 좋았던 점은 드디어 저와 이 목사님이 같은 페이지를 보면서 대화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목사님께서 가정교회를 하시는 목사님들 안에 다양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리더십 그룹 안에서도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담임목사인 제가 추구하는 것이 어느 위치에 있는 지를 보기 시작하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양하다고 해서 어느 한쪽은 옳고 어느 한쪽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어느 한 쪽이 더 옳고 어느 한쪽이 덜 옳은 것도 아닙니다. 서로 다르지만 한 분 한 분 모두가 너무나 소중한 분들이십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시온영락교회의 담임목사로 세워주신 석정일 목사는 최영기 목사님과도 김재정 목사님과도 김인기 목사님과도 다르기 때문에, 신약교회의 회복을 추구하는 운동에서 세워주신 저의 자리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70세 정년 은퇴를 하신 김재정 목사님께서 짧은 은퇴 소감을 나눠주셨습니다. 김재정 목사님은 아틀란타에 교회를 개척하여 28년을 섬기시며, 800여명에게 침례를 베푸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신자 수평이동은 철저하게 막고 비신자 전도에만 집중하다 보니 교세가 줄어 소유하고 있던 예배당도 매각하고, 인간적으로 약간 초라해진 은퇴를 하게 되셨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하나님 앞에 기도하시는 가운데, 주님께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주님, 저에게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목회를 이보다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내적 음성으로 대답해 주시기를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너의 사역의 열매가 아니라) 바로 너였다. 바로 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저와 여러분의 성공이 아니라 저와 여러분 바로 자신입니다. 인간적으로 성공적이던, 초라해 보이던, 사람들이 인정해 주던, 그렇지 않던, 나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에 나로서 순종하며 주님과 동행하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자기 자신도 그렇게 바라볼 줄 알고, 형제를 향해서도 같은 마음을 품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