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수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승수란 곱하는 효과를 말합니다. 5에다 7을 더하면 12밖에 되지 않지만 5에다 7을 곱하면 35가 됩니다. 이처럼 100에다 100을 더했을 때 200이 아니라 500이나 1000의 결과를 낼 수 있는 효과를 일컬을 때 승수효과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어느 나라의 정부가 한 사람의 국민에게 1억원이라는 돈을 주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이 사람이 그 중 20퍼센트를 저축하고 나머지 80퍼센트를 사용합니다. 즉, 8000만원을 사용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만큼의 수입을 가진 게 되겠지요. 그러면 또 수입을 얻은 사람이 20퍼센트를 저축하고 80퍼센트를 사용합니다. 6400만원을 사용한 것이지요. 이렇게 계속 가게 되면 처음 1억원이라는 돈은 결국 승수효과를 발휘해서 5억원의 경제 창출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만일 10%를 저축하고 나머지를 사용한다면 첫 1억원은 10억원의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처음에 돈을 받는 사람이 저소득층일수록 좋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1억원을 받은 사람이 80%를 저축하고 20%만 사용하고 이 과정이 지속된다면 그 결과로 나타나는 가치는 1억 2천만원 밖에 안되기 때문에 승수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승수효과는 정부의 복지를 연구하는 경제 분야에서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이 효과는 인간생활의 전반에 영향을 끼칩니다. 만일 누군가가 제가 힘든 상황임을 알고 저를 도와주셨다고 생각해 보십시다. 돈으로든 시간으로든 기도로든 말입니다. 그러면 저는 그것을 빌린 것으로 생각하겠지요. 그리고는 그것을 상대에게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받은 것을 그 사람에게 갚아버리고 끝내버리면 승수효과는 그 안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일 내가 받은 것을 내게 준 그 사람에게 돌려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pay it forward 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누군가가 내가 힘이 들 때, 시간을 내어서 나와 상담도 하고 기도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힘든 길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감사한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언제 어떻게 이 빚을 돌려줄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삶에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을 향해 내 시간을 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면 한 사람의 헌신과 희생은 승수효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고 이로 인해 첫 사람의 한 시간의 희생은 수백시간 수천시간의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자본주의 주류 경제학은 지난 200년 동안 자기 이익을 가장 우선적으로 챙기는 관계가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큰 효용을 낳는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승수효과를 생각해보면 이런 이기적인 계약관계보다 헌신, 봉사, 희생과 같은 개념이 낳는 사회적 승수효과가 사회적으로는 가장 큰 유익을 낳습니다. 주고받는 합리성보다 희생과 봉사, 헌신과 같은 공동체 정신이 낳는 효과가 훨씬 더 클 수 있음을 이 승수효과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저와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이 교회가 이처럼 승수효과를 보여주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주고받는 계약관계가 아니라 내가 힘들 때 받을 수도 있고, 내가 좀 괜찮아졌을 때 예전의 나와 같은 사람을 섬기는 자리에 설 수도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로 빚어져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경쟁심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고, 자기보다 서로 남을 낫게 여기십시오. 또한 여러분은 자기 일만 돌보지 말고,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일도 돌보아 주십시오.” (빌립보서 2:3-4) 이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교회를 함께 만들어가 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