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랑하고 교회가 사랑했던 이태순 권사님이 오늘 새벽 3시경에 소천하셨습니다. 이태순 권사님은 제가 수요예배 라이드를 하기 시작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태순 권사님과 전인식 장로님 가정을 라이드 하는데, 이태순 권사님을 먼저 모시고 갔습니다. 그러면서 권사님의 예전의 이야기를 참 많이 들을 수 있었지요. 남편에 관한 얘기들, 예전에 크게 농사지으실 때 고생하셨던 이야기들, 해방과 6.25에 대한 권사님 개인적인 스토리들, 이상세 목자님이 밤에 학교에서 집에 돌아올 때 산 옆에서 뻐꾸기 소리 내면서 기다리셨다는 이야기, 미국에 오셔서 옆집의 아기를 키워주시며 사셨던 얘기들, 이강직 집사님이 후리마끼 (Flea Market이라는 것을 아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에서 일하실 때의 이야기들, 옷은 큰 딸이, 밥은 작은 딸이 책임져 주어서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늘 막둥이 (이상세 목자님을 늘 이렇게 부르셨어요)에 대한 사랑을 한껏 드러내시던 이야기들...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같이 산에 나물 캐러 올라가던 키 크고 노래 잘하던 친구 얘기를 할 때면 늘 노래 한 곡조 하시고, 그 친구 부부가 일찍 세상을 떠서 마음이 아프다고 표현하시곤 하셨습니다. 이태순 권사님의 이야기들은 참 다양하고 풍부했지만 그 안에는 늘 두 가지의 감정이 들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뜻함과 넉넉함입니다.
집 앞에 놓여있는 평상에 앉아있으면 이천 장터에 가는 친구들이 늘 보리밥 고추장에 비벼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 부탁하고 가신답니다. 그러면 밥을 넉넉하게 해놓고 고추장 준비해 두고는 장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밥을 한상씩 차려주곤 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지요. 넉넉함입니다. 또한 산에 같이 갔던 노래 잘하던 키 큰 친구의 아들이 혹시나 부모님을 일찍 잃고 힘들까 해서 이혜순 권사님 가정이 한국을 방문할 때가 있으면 늘 찾아가 보라고 말씀하곤 하셨답니다. 따뜻함입니다.
늘 따뜻하고 넉넉하셨던 이태순 권사님. 권사님을 이 땅에서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이 제 마음을 얼마나 먹먹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더 넉넉하시고 따뜻하신 주님의 품 안에 계심을 믿기에 마음을 추스릅니다. 그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곧 다시 봬요, 천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