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학대학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1년간 교환학생으로 SFTS(미국장로교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이 공부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두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접고, 목회자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민애와 희민 두 아이들에게 풍족한 생활과 돈을 물려주기는 힘들게 되었으니, 1년간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지난주일 2부 예배에 설교를 해 주신 이광순 교수님은 교수회의에서 제가 SFTS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에게 서둘러 미국에 들어가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모데스토의 한 한인교회를 좀 섬겨달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2000년 6월 말에 미국에 입국해서 그 교회를 헌신적으로 섬기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SFTS에서 기숙사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서 8월 초에 저와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1년 교환학생 기간이 끝날 무렵 그 교회는 제가 계속해서 교회를 섬겨줄 것을 요청했고, 저는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제가 신학대학원의 남은 3학년 2학기를 마치기 위해서 최소한 4개월은 한국에 체류해야 했는데, 모데스토 교회는 저희 온 가족의 왕복 비행기표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미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교회를 섬기면서 여러 복잡한 상황 속에 깊은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고, 결국 교회를 사임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헌신적으로 섬긴 교회였기 때문에 겉으로 내색은 않았으나, 마음 깊은 곳에 아픔과 원망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데스토 교회를 사임한 후 반년은 한인교회를 섬길 엄두조차 생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모데스토라는 지역이 폐쇄된 특별한 곳이고, 모데스토의 한인들과 교인들이 특별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교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저 자신의 문제와 부족함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눈을 열어 주셨습니다.
임마누엘의 교인과 모데스토의 교인이 다른 것이 아니라, 교인들은 어느 지역이나 어느 교회나 다 마찬가지인데, 단지 손원배 목사님과 제가 다르기 때문에 교회의 분위기도 다르고 목회의 결과도 다르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더 모데스토의 교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목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데스토의 아픔은 저의 목회의 스승이 되고 거울이 되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목사로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저의 첫 목회지인 모데스토의 교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해졌고,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았고, 선뜻 불쑥 찾아갈 용기도 없어 마음 한켠의 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광순 교수님이 우리 교회에서 설교를 하시게 되면서, 모데스토 교회의 장로님과 아내되시는 집사님이 이광순 교수님을 만나러 우리 교회를 찾아오시게 되었습니다. 15년만의 만남입니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두 분 마음에 아직도 마음의 상처와 응어리가 남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함께 식사하면서 저의 미안한 마음을 계속해서 전했고, 마음과 얼굴이 많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1년으로 생각한 저의 미국생활이 17년이나 되도록 그 계기가 되어주신 이광순 교수님과 모데스토 교회의 장로님을, 미국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이 때에 다시 만나게 하셔서, 관계를 회복하고 마음의 무거운 짐도 벗어버리게 해 주시는 우리 하나님은 참으로 좋은 하나님이십니다. Our God is Awesome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