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공동의회에서 여러분들이 이기준 목사님을 우리교회 다음 담임목사님으로 거의 만장일치로(기권표 1표) 결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위임해 주신대로, 당회에서는 3월 19일에 이기준 목사님의 취임예배를 드리면서, 잠간 저의 이임순서도 갖기로 일정을 정했습니다. 3월 12일이 저의 마지막 주일예배 설교가 될 것이고, 이기준 목사님께서는 3월 19일부터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을 시작하게 되실 것입니다.
담임목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수년간 엄청난 에너지를 집중해서 쏟아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준비와 휴식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당회에서는 저의 제안대로 이 목사님께 내일 1월 16일부터 2개월의 휴가를 드려서 담임목회를 구상하고 준비하도록 하였고, 이 목사님 부재 시의 여러 사역에 대한 역할분담을, 이 목사님과 두 장로님이 상의하여 위임하기로 하였습니다. 성도님 여러분들이 기쁘게 협조하실 줄 믿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저는 반드시 필요한 일 외에는 교회행정에 관여하지 않고, 새벽예배, 수요낮예배, 주일예배 그리고 예수님 영접모임과 생명의삶 공부까지 말씀사역에만 집중하면서, 시온영락에서의 저의 사역을 마무리하면서 떠남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온영락교회가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목회자와 성도님 여러분들과의 사역분담이 자연스럽게 가속되고 완성되어져 갈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담임목사님이 은퇴를 하는 경우가 아니고, 타 교회로 임지를 옮기면서 우리 교회처럼 하는 경우는 예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반적으로 임지를 옮기려는 담임목사님이 다음 사역지가 확정될 때까지 최대한 비밀리에 일을 추진하고, 확정이 되면 즉시 교회를 떠납니다.
교회에서는 부목사님이 주일예배를 섬기게 하거나 혹은 다양한 방법으로 설교목사님을 모신 가운데, 청빙위원회를 구성하여 후임목사님 청빙과정을 진행합니다. 청빙과정은 수개월 혹은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교회는 어려움도 겪으면서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선배목사님들이 이렇게 하실 수밖에 없었던 지혜로운 이유도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런 길을 선택하지 못한 것은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이라는 성경말씀에 조금이라도 더 충실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기대하신 만큼 더 일찍 말씀드리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 역시 일이 어떻게 될지 몰랐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타이밍을 따르기를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과정임을 느끼면서, 저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헤어지기는 하지만 관계가 끊어지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은혜의빛 장로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불과 3개월만에 임마누엘 장로교회로 임지를 옮겼지만, 은혜의빛 성도님들과도 강대은 목사님과도 여전히 좋은 관계 속에 있습니다. 임마누엘교회에서 같은 지역에 있는 시온영락교회로 임지를 옮겼지만 임마누엘 성도님들과도 손원배 목사님과도 좋은 관계 속에 있습니다.
게다가 은혜의빛에서 임마누엘로, 임마누엘에서 시온영락교회로, 시온영락교회에서 다운교회로 임지를 옮기는 과정에 한 번도 선보는 설교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축복해 주셨습니다. 시온영락가족 여러분들과도 저의 믿음의 동생인 - 이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안 물어 보았습니다. - 이기준 목사님과도 가족의 좋은 관계 속에 계속 동역하다가 함께 기쁘게 주님 앞에 서기를 사모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시온영락교회가 더 부흥하고 성장하고 잘되기를 간절히 사모합니다. 또한 이 목사님이 더 크게 하나님께 쓰임받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떠남에도 마음을 열었고, 앞으로의 2개월도 소원하였습니다. 여러분과 교회를 위해서 제의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면 그 선택에도 제 마음을 열 것입니다. 곧 떠날 사람과 앞으로 남을 사람이라는 관점 보다는 하나님의 가족이라는 관점에서 저를 대해 주시고, 저와 여러분 서로에게 좋은 추억이 남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