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석이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작년 12월 17일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었으니 어느새 10개월이 지났네요. 그래도 길어 보이는 이 시간조차도 제 마음을 준비하는 데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학교로 가는 비행기를 끊으면서 두 장은 왕복으로, 한 장은 편도로 끊을 때부터 섭섭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제로 제 아내와 둘이서 산호세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집에 들어와서는 늘 세 명이 있던 곳에 두 명이 남았다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더더욱 마음에 부재의 경험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대학을 입학해서 갔을 때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의 평생을 살던 밀양을 떠나서 서울로 올라왔던 때, 저의 부재로 인해서 힘들어하셨을 부모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더라구요. 새롭게 시작되는 장소, 새롭게 시작되는 관계들로 인해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부모님의 자리는 제 마음 속에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긴 메시지에 은석이가 “네”라고 보내도 별로 마음에 괘씸함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보아야 안다는 사실만을 더 크게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모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은 그 일을 경험해본 사람이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생생하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마 평생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요. 어쩌면 우리와 함께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도할 수는 있겠지요. 아직 생존해 계시는 우리의 부모님을 위해서, 아직 다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한 주는 살아계시는 부모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보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요? 내 주변에 함께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기도의 시간을 한 번 내 보면 어떨까요? 그 기도의 자리인 111 중보기도의 자리에 같이 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