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헤세드 아카데미에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3년째 사라토가 지역에 있는 밤농장 (Chestnut farm)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산타크루즈에서 지난주에 불이 났다는 소식에 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기도하면서 밀어붙였고, 그 결과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약간 쌀쌀하긴 했지만 청명한 하늘과 사람들의 대화소리! 물론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다른 나라의 언어들이 합해져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배어있는 사람들의 음성은 제 마음에도 여유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처음 주차장을 들어가는데 주차 안내를 하시던 키가 큰 백인 한 분이 제게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느냐?” 고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여기를 3년째 오고 있었기에 그렇다고 말했고, 그 분은 제게 “I am very glad you come back. Welcome." 이라 말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주차장이 가득 차 있으면 어디에 주차를 하면 되고, 어디에서 장갑을 받아서 어느 곳으로 가면 밤을 주울 수 있는지 머리에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큰 것 두 개와 작은 것 하나가 있는 피크닉 테이블들을 보면서 작년까지 있었던 오래된 테이블이 더 이상 없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높게 자란 억새들을 보면서는 작년까지는 이렇게 무성하지 않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아니면 정리할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궁금해졌습니다.
눈을 들어서 눈 앞에 있는 언덕을 보면서는 작년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가릴 것 없이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아래쪽으로 뛰다 구르다하며 내려오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다던 부모들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들으면서 언덕길을 굴러서 내려오던 아이들! 형과 누나들을 따라다니며 제일 마지막에 구르다 두 다리를 하늘로 하고 V자를 그리면서 멈춰서는,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다시 올라가던 성진이! 오빠들을 쫓아가지 못하게 해서 울면서 잠들었던 여진이! 올해 보았던 밤농장은 더 이상 제게 그냥 밤농장이 아니었습니다. 곳곳에서 추억과 경험이 녹아있었기에 그 곳은 제게 농장이 아니라 관계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쓰여진 이야기들은 제 마음을 적시고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장소가 스토리가 되고, 그 스토리들 속에서 관계를 경험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의 삶의 시간과 공간도 이 밤농장과 같은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냥 지나가게 두면 다음에 다시 만날 때 우리는 늘 나를 그 상황에 예전과 똑같이 이방인인 것처럼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경험이 나의 특별한 스토리가 되고, 그 안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관계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순간을 넘어서 찰나의 영원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내 삶을 찰나의 영원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간증”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내 삶의 경험이 합해져서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내가 동일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마치 먹다 아껴놓은 아이스크림을 다시 꺼내먹듯이 다시 꺼내서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길입니다.
우리는 이 땅을 한 번 살아갑니다. 물론 주님을 믿기에 우리는 영원을 살아가겠지만, 이 땅에서의 삶은 한 번 밖에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삶 속에서 우리의 찰나를 영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간증들을 만들어가면서 살아가십시다. 다시 돌아보고 꺼내보면서 그 속에서 나와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갔던 우리 주님과 사람들을 인해 더욱 행복해져 보십시다.
"여러분이 가진 희망을 설명하여 주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답변할 수 있게 준비를 해 두십시오. (베드로전서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