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듣는 말 중 가장 죄송한 말은 “목사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입니다.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목사님이 바쁘실까봐 이야기하지 않았다”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감정과 생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분들께 다른 일로 바쁜 모습으로 비친 제가 죄송하다는 말입니다. 저는 제 일로 바쁜 중에 여러분과 교회를 섬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교회와 여러분을 섬기는 일로 바쁜 사람이 되어야합니다. 이것이 목사가 된 제가 지켜가야 할 Rule입니다. 제가 이 Rule을 깨면서 저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 때 저는 하나님께 약속한 저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 컨퍼런스를 참석하면서 몇 교회 목사님들이 동일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이 목회하는 곳은 한인 인구가 약 200-500명 되는 지역이었습니다. 그 안에 한인교회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하거나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기 힘드신 분들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해 주셨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하루 종일 운동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라구요.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삶공부를 개발하기 위해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하면서 교회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제자가 되는 길로 걸어가시는 목사님들을 보면서 존경스러웠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목사가 되는 것이 점점 직업이라고 여기면서 내 시간과 사역의 시간을 구분하고, 그러면서 여러분의 눈에는 제가 바쁜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되는 것. 저는 이 길을 걸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제게는 이런 삶이 지난 주에 말씀드린 ‘공무원’이 되는 목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일은 바쁩니다. 이런 저런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겹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저곳으로 바쁘게 다니는 모습을 보실지도 모릅니다. 토요일 아카데미에서도 비슷합니다. 저는 문을 열고, 악기를 가르치고, 수업을 위해 셋업을 하고, 그리고 중학교 수학을 가르치기 때문에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는 모습을 보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제가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저의 시간은 여러분과 함께 하나님을 닮아가기 위해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암묵적인 Rule이 무너지는 순간 저는 또 한 명의 공무원과 같은 목사가 되어갈 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또 하나 제가 깨고 있는 Rule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교회는 목자목녀님들이 평신도 세미나나 목자목녀 컨퍼런스를 참석할 때 참가비 전액과 교통비의 절반을 지원합니다. 이렇게 지원을 하면서도 참석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은혜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저는 목회자라는 이유로 컨퍼런스의 참가비 전액과 교통비의 전액을 지원받으며 다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것이 교회의 마음이고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부담을 주신 이상은 이 Rule을 저도 지켜보려고 합니다. 제가 목사라는 자리에 오래 있으면서 이 자리가 제게 특권의식을 주는 곳이 되지 않기 위해서, 또한 저보다 훨씬 바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힘써 주님을 섬기는 분들이 계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도...
예, 저는 이왕이면 독립투사와 같은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