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재의 수요일이었던 3월 6일에서 시작하여 4월 20일 부활주일 전날 토요일까지의 시간에 여섯 번의 주일을 뺀 나머지 40일이 사순절이 됩니다.
재의 수요일은 10세기 때부터 카톨릭에서 정착되어 지켜왔던 날입니다. 재라는 것은 구약성경에서 회개를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자기의 죄를 깨달았을 때 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옷을 찢었던 말씀의 전통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회개의 상징으로 이마에 재를 바르는 날로 지켜졌습니다. 아인셤의 알프리쿠스는 그의 책 ‘성인들의 생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들의 죄에서 참회하고자 하는 모든 인간은 무명옷을 몸에 걸치고 자신의 머리에 재를 뿌린다고 증언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말씀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도 우리의 죄로부터 참회하기 위해 그렇게 합시다.”
비록 개혁교회는 재의 수요일과 같은 절기를 정확하게 지키지는 않지만 그 날이 품고 있는 의미는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사순절의 기간을 지나며 우리가 우리 영혼의 인테리어를 다시 하는 시간이 되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 마음의 거실은 어떠할까요? 누군가 내 마음의 인테리어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맑디맑은 영혼, 순백한 정신세계, 흐트러짐이 없는 우아함, 티 없는 영혼의 창문, 심지어 은밀한 마음의 방에도 가지런하게 쌓인 생각들, 웃음과 미소로 넉넉한 입술, 정직과 온화함의 손길, 갓 내린 커피 향보다 더 그윽한 언사, 정감어린 경청과 대화의 방, 손님 환대로 환한 웃음이 넘치는 식탁, 이런 것들이 더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고 순결하게 놓여 있는 마음의 인테리어라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사순절은 영혼의 창고를 열고 재고 조사하는 기간이라고 합니다. 먼지 털이를 들고 살포시 내려앉은 먼지와 같은 죄악된 생각과 습관을 훌훌 털어내고 새봄맞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창문도 열어젖혀 바깥 봄바람도 들어오게 하고 오래된 공기는 슬쩍 밀어내면 어떨까요? 오랜 묵은 악습들과 끈적끈적하게 들어붙어 있는 더러운 습관들을 힘겹게라도 밀어내 보십시다. 영어로 사순절을 렌트(Lent)라고 합니다. 이는 봄(Spring)이라는 뜻을 지닌 옛날영어 Lenten의 축약형입니다. 게르만 언어인 독일어와 네덜란드어가 봄을 각각 Lenz와 lente라고 쓰는 것을 봐서도 봄맞이 대청소와 사순절의 영혼 청소가 상징적인 관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어쨌든 사순절은 부활을 기다리는 마음과 영성으로 내 영혼과 마음을 돌아보고 묵은 찌꺼기를 털어내는 계절입니다. 죄 죽이기를 치열하게 전개하는 고통의 계절이며, 영혼의 새살이 돋을 때 느끼는 생명의 깊이와 그 기쁨을 맛보는 환희의 계절입니다. 이 환희는 놀랍고도 순수한 기쁨입니다. 내 삶에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삶의 찌꺼기들을 정리하고 하나님 안에서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시간입니다. 내 마음과 생각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습관들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는 기간입니다.
봄맞이 대청소를 끝내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지 않습니까? 그처럼 우리의 마음이 후련해질 수 있는 사순절이 되어 가시기를 소망합니다. 이 기간에 내 안에서 깨끗하고 단단한 영성이 자라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부활주일로 연결되는 사순절의 끝에 한 주간의 특별새벽예배와 성금요일 예배가 있음이 행복합니다. 이 시간이 우리 안에서 생명과 환희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