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목녀 수양회 강사 조선희 초원목자님의 글)
나는 대학 4학년 말에 학교 게시판에 포항제철에서 사원모집을 한다고 해서 응모하였다가 운이 좋았던지 합격하게 되어 연수생활을 하러 포항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 곳에서 같은 기에 입사하게 된 연수생 중에 한 남자를 보게 되었는데, 이 남자와 마주 칠 때 마다 내 가슴이 두근두근 늘 합이 네근이요 (2+2=4), 200 여명의 연수생들이 다 함께 만나는 자리라도 생기면 언제나 그 남자가 어디있나 부터 찾아보는 버릇이 생겨 버렸을 즈음, 서울에 있는 학교로 졸업식을 하러 가는 날이 되었다. 커다란 연수관에 딸린 카페에서, 몇명 안된다는 이유만으로 단연 돋보이는 우리 여자 신입사원들 끼리 앉아서 고속버스 시간이 남아 모여 앉아 수다 떨고 있는데, 그 예의 그 남자가 우리 중의 한명과 같은 반이라 아는 척을 하면서 합석하게 되어 속으로 무척이나 반가웠다.
아쉬운 고속버스 시간은 다가오고 , 드디어 그 시간이 되자 우리 일행 모두 일어나려고 하는데, 어느 새 그 남자가 쓰–윽 내 앞으로 오더니 “짐이 무거운 것 같은데, 들어 드릴까요?” 한다. 그 말을 하자마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여학생들의 눈이 내게로 따갑게 꽂히는데, 난 속 버전은 “무겁긴! 아까 한 팔로도 거뜬히 들고 왔지롱!” 하였지만, 입이 귀에 걸리려는 걸 참으며 표정관리를 하려고 꽤나 힘쓰면서 겉 버전으로는, “네 쫌! 그렇지만…” 말끝에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대본을 끝까지 읊기도 전에 그 사람은 그냥 쓱 짐을 들고 성큼 앞장서고, 나는 맘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 면서도, 속으로는 ‘너도 들켰어!’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뒤따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짐꾼으로 내 마음에 다가온 그 사람과 회사 생활을 같이 하면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연애만 하다가 그 연애의 절정에 드디어 결혼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동안의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꼭 하나님과는 중매결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30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하나님은 나에게 입도 너무 무겁고, 매력이 통 없는 분이셨다. 여러 가지 주위에 그 분을 평가하는 것을 종합해 보면 좋은 분이긴 한 것 같은데, 그렇게 한 번 만이라도 만나보고 싶다고 통 소원을 해도 만나 주시기를 하나, 어쩌다 만나러 교회에 몇 번 가 봐도 짜릿짜릿 하고 두근두근 하는 맘이 들길 하나. … 하나님은 위대하고, 능력이 끝없고, 멋진 하나님인데, 나랑 안 만나준다! 그 하나님이 너무 얄미워서 부러 하나님의 싫은 면만 생각하려고 노력 하였다. ‘하나님이 그렇게 전지전능한데 왜 세상에는 아픈 사람, 슬픔당하는 사람 천지야. 착한 일을 한 사람이래도 예수를 안 믿으면 천국에 못 간다고? 말도 안돼!’ 하며 흉만 잡다가 그 일도 시들해 질 즈음에, 여러가지 사정으로 15년 전쯤에 세를 다른 데로 옮겨 살게 되었는데, 그 집에 사는 최영기라는 사람이 중매를 해 주겠다는데, 바로 상대방은 하나님이랜다. 나는 약속해도 그 분이 안 오던데요 하니까, 시간과 장소를 내가 정하랜다. 그러면 반드시 그 자리에 그 분이 온댄다. 믿고 그 자리에 나가기만 하면 된댄다.
그래서 나는 속는 셈 치고 그 중매쟁이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하고 그렇게 해 봤다. 첫날에는 나 혼자 기다리고 바람 맞는 것 같앴다. 상대방은 앞에 없지만, 그래도 온 댔으니까, 혼자말로 ‘저 여기 왔어요~’ 라고 몇번을 말하였지만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그리고 왔다는 기척도 없었다. 그래도 온댔으니까, 나는 그 다음 날도 그그 다음 날도 그리고 그그그 다음날도 약속장소에 그 시간에 갔다. 중매쟁이 말을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를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번엔 그 분이 왔다 갔다는 느낌 같은 것을 어렴풋이 갖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시간이 지나 드디어는 나는 그 분 없이는 못 살 것 같아 그분의 신부가 되기로 결정을 했다. 말하자면 드디어 그 중매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나는 없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연애결혼도 좋지만, 살아가면서 새록새록 더욱 알아가는 맛이 더한 중매결혼도 참 좋은 것 같다. 그 분은 알아도 알아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눈물 많이 흘려도 그 분이 내게 해 주신 일을 다 감사할 수가 없다. 만 입이 내게 있어도 그 은혜를 다 찬양할 수가 없다.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한 주님의 세계, 나는 참 결혼을 잘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