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아버지가 저희와 20일 정도 함께 계시다가 한국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제 아내가 가서 모시고 왔다가 다시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지요. 동부로 여행을 다녀오는 과정에서 가족이 하나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집에 문을 거의 잠그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제가 소망하는 목사 집의 모습은 목장 식구들과 교회 식구들이 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집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대충 알고 계셔서 지나다니다가 배고프면 들어와서 라면 한 그릇 끓여먹고 갈 수 있는 곳! 저는 저와 저의 가족이 사는 집이 이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을 잠그지 않았지요. 멀리 여행을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또한 저희 집은 거리와 면해있는 앞문이 있고 집 안쪽 뜰로 들어와야 볼 수 있는 뒷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문은 잠그고 뒷문은 열어두고 살아올 수 있었고 그렇게 4년을 사는 동안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월요일에 은석이가 신발을 못 찾겠다고,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잘 생각해 보라고 은석이에게만 닦달하면서 어디에선가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저녁에 교회에서 받은 check을 입금하려고 하는데 제 아내의 교회 가방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두고 갔다는 거실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가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채고는 무엇이 없어졌는가를 자세히 찾아보기 시작했고, 제 아내의 가방, 제 노트북, 그리고 제 아들의 신발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둑이 든 것입니다. 어쩜 그렇게 각 식구의 것을 하나씩 가져갔는지요.
이 사실을 발견하면서 먼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크게 문제가 되는 것들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은석이의 신발은 벌써 몇 개월 신은 것이고, 제 노트북은 3년을 사용하던 것입니다. 저는 주로 사무실의 데스크탑을 사용하기에 거기에만 있는 중요한 문서도 거의 없습니다. 또한 제 아내의 가방도 그리 비싼 것이 아닙니다.
두 번째 들었던 마음은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왔던 것을 좀 바꿀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했습니다. 그럴 마음이 없었다가도 눈에 보이고 문이 열려있다면 쉽게 나쁜 길로 빠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에 저도 좀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1. 제 집은 문을 잠그고 다니려 합니다.
하지만 집을 오픈하려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음 주중에 저희 집 문 앞에 키박스를 만들어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필요하신 분들이 연락을 주시면 키박스의 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번호는 주기적으로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2. 엘림 2호실도 잠그고 다니겠습니다.
2호실의 철문 바깥 손잡이에는 키박스가 달려있습니다. 제가 없을 때 이 방을 사용하시는 분들께서는 제게 카톡으로 알려주십시오. 제가 키박스 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방을 다 사용하시고는 꼭 키를 키박스에 돌려놓아 주시고 방문을 잠그고 가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이 같은 과정에 함께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