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 비전교회에서 있었던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하면서, 그 교회에서 2시간 정도 거리의 지역으로 이사를 가신 이영애 집사님 심방계획을 함께 세웠습니다. 오클라호마 공항 대신 달라스 공항을 이용하고, 차량을 렌트하면 몸은 조금 더 피곤하지만 오히려 비용도 적게 들고, 심방도 할 수 있어 여러모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컨퍼런스 일정을 마치고 아내는 숙소에서 쉬게 하고, 전화기 하나 들고 혼자 오클라호마 시티 공항에 자동차를 렌트하기 위하여 나갔는데 갑자기 전화기가 고장 나서 먹통이 되었습니다. 지도도 볼 수 없고, 이메일도 확인할 수 없고, 아무 연락처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곳에 사는 분들에게 도움도 청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얼마나 스마트폰을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절절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차를 렌트하고 난 뒤에 혼자 숙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네비게이션까지 렌트하면 25불 정도 추가 비용이 들어서 잠간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 기간에, 하나님께서 이미 저에게 주신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다른 것을 기대고 의지하려는 저의 모습을 비추어 주셨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이미 주신 능력을 사용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도를 잠간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다운타운 방향으로 하이웨이를 탔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표지판은 커녕 앞을 보기도 힘들 지경이 되었습니다. 두려운 마음과 함께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25불이 아까와서 낯선 타지에서 무모할 수도 있는 시도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의 마음도 밀려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하이웨이에서 내려서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자세히 지도를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컨퍼런스를 주최한 오클라호마 비전교회는 주일 장년 출석이 50명 남짓되는 데 그 가운데 ⅓ 정도는 VIP인데다 유학생이 주축인 교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평균 15명 정도가 예수님을 구주와 주님으로 영접하고 세례를 받는 놀라운 교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컨퍼런스를 섬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마음이 쓰여서, 기쁜 마음으로 차량봉사를 자원했고, 컨퍼런스 기간 내내 교회에서 숙소를 오가는 15인승 밴을 제가 운행했습니다.
15마일 정도의 거리로 길이 크게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도를 가지고 길을 익히려고 하지 않았고,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손에 들고 운전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스마트폰이 큰 도움이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안에 이미 허락하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사용하는데 방해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능력이 스마트폰에 갇혀버린 것처럼, 저에게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영역은 없는가 하나님 앞에서 저를 돌아보며 계속 기도하게 됩니다. 제가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듣고 순종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신 시온영락 모든 가족을 다 심방하지는 못하지만, 특별히 VIP 가정은 기회가 되면 꼭 심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 전체에 한인이라고는 10가정도 살고 있지 않는 외진 곳에서도 주님을 사랑하며 꿋꿋하게 신앙생활 하고 있는 이영애 집사님 가정이 사는 모습을 이번 기회에 직접 보고오니 마음이 따뜻하고 더 편안해졌습니다.
특히 이성규 형제님이 저희 부부를 만나 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못했는데, 일찍 퇴근하셔서 저희 부부를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오랫동안 대화도 함께 나눠주시는 모습에 너무나 감사했고, 역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기억하시고, 이 과정을 통해 이영애 집사님 가정에 은총의 손길을 펼치고 계시는 구나하는 확신이 더 깊이 느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항상 우리 주위에서 일하고 계심이 너무나 감사합니다.